[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다툼에서 고려아연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영풍과 표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배당금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다만 제3자 유상증자 배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이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으로 부결됐다.
업계 내에서는 이번 주주총회 이후로도 양측의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침해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19일 영풍빌딩 별관에서 정기주주쵱회를 개최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현금 배당안, 원안대로 통과…정관 변경은 부결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1주당 5000원 배당안과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했는데 이에 대해 영풍이 반기를 들면서 양측의 표 대결이 불가피했다.
먼저 고려아연은 결산 배당금으로 1주당 5000원 의안을 상정했는데 영풍은 전년 대비 5000원이 줄었다며 1주당 1만 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정관 변경의 건은 기존에는 외국 합작법인을 대상으로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했는데, 이를 국내 법인에 대해서도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가문이 특정 사안을 두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심을 모았는데 1건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통과됐고, 다른 1건은 부결됐다.
배당안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의 배당금 5000원이 통과됐다. 62.74% 찬성률을 얻었는데 영풍 측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추정된다.
제3자 유상증자 배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이 53.02%를 기록해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해서 부결됐다.
다만 두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모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고, 소액주주들도 대부분 고려아연의 의견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출석률은 90.31%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배당안 관련해서는 모두 고려아연 측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관 변경의 건도 과반을 넘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도 고려아연의 주장에 대해 이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전경./사진=미디어펜 박준모 기자
◆경영권 다툼 지속 전망…분쟁 끝내라는 의견도 나와
고려아연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의 건이 부결됐지만 향후에도 이 안건을 상정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영풍과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 관계자는 “내년에도 주주총회에서 제3자 유상증자 배정 관련 안건을 올릴 것”이라며 “정관이나 여러 부분에서 상법 등 표준대로 도입해 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풍은 합리적이지 않은 반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영풍과의 다툼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업계 내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침해하면서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이 신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일부 배당금을 조정했다고 하더라도 자사주 소각을 합치면 배당 성향이 70%를 넘을 정도로 높은데 영풍이 자사의 실적 부진을 고려아연 배당금을 메우려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영풍은 지난해 169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또 영풍이 경영권 다툼을 멈추고 각자 독립된 경영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영풍과 고려아연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각자의 독립된 경영을 해왔지만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경영권을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보다 신사업 등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요구되는 시기에 영풍은 경영권 분쟁을 할 것이라 아니라 신사업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며 “두 회사 모두 신사업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데 다툼을 벌이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