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아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이 대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의식한 듯 ‘몰빵’(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도 민주당)을 강조하며 오는 4·10총선에서 민주당을 과반정당으로 만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시작과 끝은 오로지 ‘尹 정권 심판’…조국혁신당 견제도 꾸준
이 대표는 이날 광주 첫 일정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및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와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박균택, 양부남, 민형배 후보 등이 함께했다.
이 대표는 참배 전 방명록에 ‘함께사는세상 4.10 심판의날. 오월 정신으로 국민승리의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남겼다. 오는 총선을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정권 심판론에 군불을 땐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1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어 이 대표는 민주묘지 추모탑에서 참배를 끝마친 뒤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국민의힘의 5.18 폄훼 논란을 꼬집으며 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부채질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5.18은 여전히 살아있는 우리의 현실”이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배반하는 용도로 사용한 이 처참한 역사의 현장에서 이번 4.10 총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도태우 전 국민의힘 대구 중구·남구 후보가 5.18 폄훼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말로는 5.18 정신을 계승한다. 존중한다. 심지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겠다고 한다”라며 “필요할 때마다 그런 말들을 하지만 결론은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다 이런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 정신 나간 집단들, 반역의 집단들을 반드시 심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대표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민주당과 민주연합의 첫 공동 선거대책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은 물론 오는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에 투표하는 ‘몰빵’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해병대 고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호주 대사가 이날 11일 만에 귀국한 것에 대해 “해병대원 순직사건 외압 의혹에 더해 이종섭 도주 사태에 엄중히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면서 “채상병 사건 특검뿐만 아니라 이종섭 특검도 시작해야 한다”며 총선 전 본회의를 열고 쌍특검(채상병·이종섭 특검)과 채상병 사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쌍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해 윤석열 정권 심판 필요성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더불어 이날 공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들은 민주당의 비례 정당은 민주연합뿐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 전략을 부정했다. 조국혁신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 위치를 차지하며 비례 돌풍을 일으키자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백승아 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비례 정당 선택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조국혁신당의 비례 돌풍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여러분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어느 정당의 당원이냐”며 “민주연합만이 세 분이 가꾸고 지켜오신 민주당의 유일한 비례 연합정당”이라면서 민주당의 비례 정당은 민주연합뿐임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전남대학교 대학로를 찾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면서 오는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에 투표해줄것을 호소했다.사진/미디어펜
이어 이 대표는 오후, 전남대학교 대학로를 찾아서도 시민들에게 정권심판과 몰빵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식당가를 찾아 민생현장을 훑어보거나.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도 틈틈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에 투표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장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5.18 정신을 훼손한 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확실히 심판하기 위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들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몰빵해 주시는 겁니까”라며 연신 몰빵을 구애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이재명과 몰빵을 외치며 이 대표에게 몰빵을 뜻하는 빵을 건네며 화답했다.
광주 민심 들어보니…이재명 밉지만 분열은 필패 민주당 ‘몰빵’
이 대표가 집토끼 몰이에 열중한 만큼, 오는 총선 호남의 민심은 민주당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이 호남에서 표심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민주당 몰빵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선택하는 이유가 이 대표에 대한 호감보다 민주당이 ‘차선책’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정을 일삼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확실한 선택지가 민주당뿐이라는 주장이다.
광주 광산구에서 미디어펜과 만난 A씨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의 분열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보수는 부패, 진보는 분열로 선거를 패배해왔다”라며 “현재 민주당이 사분 오열돼 갈라진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사당이 된 민주당을 미워하지만, 민주당에 힘을 실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씨는 이재명 대표가 아닌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호남에 이 대표가 무슨 연고가 있고, 연관이 있느냐.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냐”면서 이 대표에게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지금 윤석열 정권이 워낙 막무가내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구도 비례 정당도 모두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정권심판이란 대의를 위해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주 송정역에서 만난 C씨는 “(총선에서) 후보가 아닌 당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무조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소한 사표는 행사하고 싶지 않다”라며 사표심리 때문에 제1야당인 민주당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또 C씨는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에 힘을 실어줄 경우 진보 분열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진보가 결집해야 하고, 결국 결집 대상은 민주당이 될 것”이라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에게 투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