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업권이 지난해 적자 전환한데다 연체율도 악화되면서 일각에서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꾸준히 흑자를 유지한 만큼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불안 확산 차단에 나섰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79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1조562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이 적자 전환한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조원 내외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흑자 기조가 무너졌다.
이는 조달비용 증가 등에 따른 이자손익 감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126조6000억원으로 전년말(138조6000억원) 대비 8.7%(12조원) 감소했다. 이는 고금리 지속,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기업대출 위주로 대출자산이 감소한데 주로 기인한다.
수신은 107조1000억원으로 대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10.9%(13조1000억원) 줄었으며, 자기자본은 14조8000억원으로 자본 확충 등으로 전년말(14조5000억원 대비 2.0%(3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6.55%로 전년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01%로 전년말(4.74%) 대비 0.27%포인트, 기업대출은 8.02%로 전년말(2.90%) 대비 5.12%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2%로 전년말(4.08%) 대비 3.64%포인트 상승했다.다만 감독규정상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113.9%로 전년말 대비 0.5% 상승하는 등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상회했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5%로 전년말(13.15%) 대비 1.20%포인트 상승했으며, 규제비율(7%,자산1조이상은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대출 감소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한 반면, 자본확충 등으로 자기자본은 증가한 데 기인한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3~4년 간 영업실적을 보면 2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배당안하고 저축은행 특성상 배당 대신 유보를 선택한 만큼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또 수신이 감소했는데 그만큼 대출자산도 감소해 유동성도 충분하다”면서 “중앙회와 실시간으로 예금변동사항을 파악하고 있고 유동성 지원 장치도 마련돼있다”고 말했다.
수신 잔액이 크게 줄어든 데 대해서는 “재작년 고금리 예금을 저금리로 바꾸면서 지난해 수신이 줄었는데 고객 이탈보다는 수신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대출 감소만큼 수신이 감소한다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손익 악화 및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서는 “연체율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1~2분기 충당금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40조원 가까이 예치했던 고금리 예금이 저금리로 갈아타면서 예대마진과 충당금을 상쇄해 1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PF대출 부실로 인한 위험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와 사업장 매각 등 재구조화를 유도하고 사업장 재평가를 통해 점진적인 연착륙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2023년도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제공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또한 ‘2023년도 저축은행 영업실적 설명회’를 갖고 “건전성이 나빠졌지만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오 회장은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이나 2014년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높지 않다”면서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자가 나고 연체율이 올라갔으나 대손충당금과 자기자본 등을 보면 이 정도 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PF 채권 매각과 관련해서는 “중앙회 주도로 업권 전체가 현재 2차 매각을 진행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개별 저축은행별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상무는 “시장에 매물은 많은데 수요자는 현 상황에서 더 낮은 가격에 원하고 있다”면서 “캠코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등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준다면 정부에서 말하는 ‘질서있는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