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교수 |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이 결과에 따라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은 내년부터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가 불가능해지고 10% 이상의 정원감축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는 학령인구 감소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자가 현재 총 대학정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입학정원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3년 63만 명이었던 졸업생 수는 2023년에는 총 40만 명으로 36%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저출산을 먼저 경험한 일본은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대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교가 예정된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대학의 학위를 따기 위해 입학을 결정한 학생은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곧 닥쳐올 미래이다. 일본의 졸업생 수는 1992년 205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41%감소했다. 우리나라의 학생 수 감소율과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힘들게 취득한 학위가 문자 그대로 종잇조각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불 보듯 뻔한 현실임에도 학생들과 부모들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교만 졸업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혹은 ‘그래도 대학교는 졸업해야 뭐라도 할 수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무조건 대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실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돈 낭비에 시간 낭비가 따로 없다. 혹시라도 일본의 사례처럼 졸업한 대학이 없어져버리면 보상은 누가해줄 것인가? 이제는 대학교에 대한 근거없는 맹신에서 벗어 나야한다. 객관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학교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 모든 사람이 마치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졸업 즉시 묻지마 대학진학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대학교육에 대한 적절한 시기와 방법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당장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대학 교육을 받아야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동시에 평생교육의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고등교육(대학교)은 전문성을 강화시켜 업무역량을 증대시키고 지식의 폭을 넓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예정자가 모두다, 졸업 즉시, 적성과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묻지마 대학진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김연아가 될 수 없고, 박인비, 손흥민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공부 적성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스케이트 적성이 없는데도 제 2의 김연아를 꿈꾼다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공부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사람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그렇다. 물론 공부 적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성에 맞춰 대학진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을 쌓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저당 잡히고 부모님의 노후가 불안해지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라 하기 어렵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대학교가 구조조정의 태풍을 앞두고 있다면 묻지마 대학진학은 더욱이 지양해야 한다. 국내 대학들은 점진적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노출된 지 이미 오래이다. 여기에 대학교육시장이 개방되어 외국에 있는 유수의 대학들까지 경쟁자로 등장하였다.
이 같은 경쟁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제공하게 될 것이기에 교육수요자인 학생들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실 대학의 퇴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주의가 요구된다. 일본 대학을 타산지석 삼을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대학교 역시 자발적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방만한 운영을 해왔다면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대학 교육의 대체수단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기업들이 대학교 졸업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졸업장이 업무역량에 대한 일종의 증명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증명서의 과도한 남발은 증명서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소수의 유명 대학을 제외하고 졸업장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는 정부가 스펙 타파를 위해 도입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와 앞으로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MOOC(온라인 공개수업) 등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마치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졸업 즉시 묻지마 대학진학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대학교육에 대한 적절한 시기와 방법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공한 사람은 미래를 먼저 읽는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 개인·기업·대학·국가에 미래는 없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