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두고 한미약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캐스팅보터로 꼽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구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제공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3일 오후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그룹 통합에 대해서는 "한미약품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다"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OCI-한미 통합의 대전제는 어머니(송영숙 회장)와 제 지분을 프리미엄 없이 양도하는 대신 한미그룹의 경영을 기존의 경영진이 계속 이끌어나가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에게 OCI와 통합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알리지 않은 것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상속세 문제 때문이라고 짚었다. 고(故) 임성기 회장이 작고한 이후 가족의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거나 담보 잡힌 주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오버행' 이슈가 있었고, 이를 해결해야한다고 봤다.
그는 "상속세 문제로 인한 오버행 이슈 해소, R&D 자금 수혈을 위해 OCI라는 튼튼한 경영 파트너를 제시했다"며 "그런데 오빠와 동생은 새로운 자금이 회사에 수혈되는 것을 막으면서 노골적으로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사장은 "오빠와 동생은 시총 200조 원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곧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주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빠와 동생은 상속세 잔여분 납부에 관한 실질적, 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 주기 바란다"며 "오빠가 주주들과 시장에 공언한 '1조 원 투자 유치'에 대해 최소안의 방안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3년 간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를 약속하면서 임종윤·종훈 사장에게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보호예수는 일정 기간 보유 주식을 팔지 않는 것으로 주로 책임경영 차원에서 선택하는 옵션이다.
나아가 오빠인 임종윤 사장에게는 빌려준 대여금 266억 원 상환을 촉구하면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3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미사우회'는 보유주식 23만 여주에 대해 이번 정기추종에서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송영숙 회장(11.66%)·임주현 사장(10.2%)의 특수 관계자와 재단 두 곳(가현문화재단 4.9%·임성기재단 3.0%)의 지분을 합한 모녀 측의 지분율은 35%다. 임종윤 (9.91%)·종훈 사장(10.56%)과 신동국 회장(12.15%)의 지분을 합한 형제 측의 지분율은 40.57%다.
이에 국민연금(7.66%)과 소액 주주 등 기타주주(16.77%)의 표심에 따라 승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오는 28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날까지 표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