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메모리 업황 침체를 틈 타 인텔과 엔비디아가 승승장구하면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가 3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상황이 이런 데도 보조금 없이 반도체 지원 정책을 펼친 정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9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연간 매출은 443억7400만 달러(60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670억5500만 달러(90조7000억 원) 대비 33.8%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에서 3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업황 침체를 틈 타 인텔과 엔디비아가 치고 올라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황이 이런 데도 보조금 없이 반도체 지원 정책을 펼친 정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1위는 인텔이 기록했다. 인텔 매출은 511억9700만 달러(69조 원)로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했지만,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침체를 틈 타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던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인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으로 지난해 매출이 491억6100만 달러(66조 원)로 133.6% 급등하면서 전년 8위에서 2위로 등극한 것이다.
이어 △퀄컴(309억1300만 달러) △브로드컴(284억2700만 달러) △SK하이닉스(236억8000만 달러) △AMD(224억800만 달러) △애플(186억3500만 달러) △인피니온(172억86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30.6% 매출이 줄어들면서 전년 4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하락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경쟁국이 자국 내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수십조 원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한국만 소규모 지원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날개를 꺾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을 조성할 때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보조금 지급 방안은 빼놓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국내 반도체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26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 간담회에서 투자 보조금 신설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2년 자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527억 달러(약 71조 원) 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반도체산업이 자국 군사력과 첨단산업 기술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역시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조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만 1조2000억 엔(약 10조70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기업이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산업에 설비투자할 때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까지는 한시적으로 10%의 추가 공제가 있어 설비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25%까지 늘어나지만, 이마저도 올해 일몰될 예정이다.
물론 정부에도 고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일각에서 특정 산업에 지나친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특정 세력의 비판 보다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세력의 비판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경제 발전”이라며 “경쟁국들이 수십조 원 단위의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