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승진 한 달도 채 안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 직원들이 부진한 실적에 대한 개선안과 임금 재산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이마트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에 이어 지난 28일 신세계백화점 노조가 연달아 성명서를 냈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 27일 오후 기점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대부분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전환하고 조용한 상태다.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명절 상여금과 성과급을 통상임금으로 다시 계산하자는 집단소송에 나섰다. 2023년 3월 ‘60년 무노조경영’을 깨고 출범한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한 지난 28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에 참여할 소송단 모집을 시작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다. 야간근무, 연장근무, 휴일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법무법인 다현은 이번 소송에 대해 “임금체불 소멸시효 기간(3년)에 따라 그동안 받지 못했던 연장 근로수당과 연차수당 등 소급분을 청구하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노조는 오는 4월9일까지 조합원 대상 통상임금 재산정 소송단을 모집을 마무리 한다. 빠르면 4월 중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신세계 노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원 소송 결과가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자동차의 경우 대법원 판결 이전에 사측과 노조가 합의에 이르러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또 다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재계와 기업에 미칠 영향이 이 워낙 크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간 신세계백화점은 정 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총괄사장이 맡아 이끌어왔다. 하지만 중차대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에 오른 만큼 경영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마트는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10여년 이상 진두지휘해온 핵심 계열사다. 이마트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데다, 노조에서도 전사적 희망퇴직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 회장 어깨가 무겁다.
이마트는 최근 사내공지를 통해 희망퇴직 관련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기간은 오는 4월 12일까지다.
이마트 노조는 “백화점 존재감 미약할 때 이마트라는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워 온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조는 “구조조정 할 수도 있지만,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들이 공감 할 수 있지 않느냐”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1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에 대한 반론’이란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해당 논평을 통해 “승진보다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2019년 설립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단체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 9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이번 정용진 회장 승진에 대해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며 “정용진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