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은 세계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휩쓰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27일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차량 개발의 주요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 등 전동화 차량 개발 핵심 연구 시설을 돌아봤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는 전동화 전환의 시기, 혹독한 담금질로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의 품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남양연구소는 1995년 출범한 종합기술연구소로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 상용차, 가혹한 환경에서 주행…특수성 반영해 내구성 시험
로봇을 활용해 쏠라티의 개폐내구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처음 방문한 곳은 '상용시스템시험동'이다. 이곳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 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는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 및 성능 조건의 시스템 단위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한다. 현대차∙기아의 모든 상용차는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담당자는 "상용차는 승용차와 다르게 가혹한 환경에서 주행되는 차량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성능보다도 내구성이 중요한 개발 포인트"라면서 "실차 단위로 검증을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각종 장비를 이용해 상용차의 내구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동은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구성됐다. 차체∙안전 구역에서는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로봇시험실에서는 로봇 팔이 일정한 강도로 차 문을 열고 닫으면서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 연구원은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다"면서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어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을 방문했다. 시험실 내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조용해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곳은 차량 부품간 발생하는 민감한 소음까지 잡아내기 위해 사방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둘러 쌓여 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음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조건까지 구현이 가능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이진원 상용내구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모빌리티의 발전방향이 전기차와 같이 점점 더 조용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BSR 소음을 평가하는 시험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향∙현가 구역 한쪽에는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육중한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흔들며, 서스펜션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타이어에 직접 하중을 가하며 로봇이 다양한 방향의 움직임과 회전을 구사할 수 있어 혹독한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한다.
구동∙제동 구역 다이나모 무향실에서는 유니버스의 브레이크 소음을 평가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자는 "최고 수준의 브레이크를 개발하기 위해 한달 반의 기간동안 정해진 시험조건에 따라 반복적인 제동시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마지막 구역인 NVH 다이나모 무향실로 향했다. 1만 3000개의 흡음재로 빼곡히 둘러싸인 7.5m 높이의 방음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NVH 구역에서는 엔진 구동계 소음부터 실내외 소음까지 실제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한다. 방문 당일에는 수소전기 유니버스의 소음에 대한 테스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자는 "무향실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은 상당히 이상한 느낌이 들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이곳에서는 주변의 소음을 다 제거하고 타게팅하고 있는 시험품에서 나오는 소음만 측정할 수 있게 구성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 전기차 심장 개발…EV 품질 개선·확보
로봇을 활용해 가·감속 제어를 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전동화시험센터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체제 전환에 따라 기존 파워트레인 개발 조직이 전동화 조직으로 개편된 곳으로 신차가 양산에 이르기 전까지 충분한 성능 개발을 통해 EV 품질을 개선하고 확보하는 활동을 담당한다.
전동화시험센터 내에 있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EV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사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이 시험실은 실내 시험 공간 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량의 특정 운전 조건, 성능 개선 영역, 인증 등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신속한 원인 파악과 개선으로 EV의 품질 제고 및 강건화를 가능케 하는 곳이다.
총 3곳으로 이루어진 시험실 내부에는 모터와 인버터를 측정하는 커다란 장비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한쪽에는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장비에 맞물려 있었다.
1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의 기본 특성에 대한 시험을 하는 곳으로 단품 시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주로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 이루어지는 시험으로 모터 시스템의 성능, 효율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2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에 감속기, 구동축을 추가해 실제 차량의 구동계를 모사한 환경이 구축돼 있다. 파워 일렉트릭(PE, Power Electric) 시스템 전체의 효율과 매핑, 냉각, 열해 시험으로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 4축 동력계 시험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아이오닉 5가 올라가 있는 4축 동력계 시험실은 실체 차량을 직접 구동해 사륜구동(AWD 포함 구동계 전체의 시험 평가가 가능한 곳이다. 배터리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던 1, 2축 시험실과 달리 전기차에 탑재되는 실제 배터리를 직접 활용하며, 고객의 주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가 진행된다.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의 EV 성능을 가장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험 항목은 파워 일렉트릭 시스템 효율, 매핑 검증, 에너지 손실 분석, 냉각 및 열 관리 등이며, 전비 평가와 같은 인증 관련 시험도 진행된다.
시험은 운전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로봇이 기어, 액셀, 브레이크 등을 조작한다. 이 로봇은 가속과 제동을 위해 페달을 밟는 동작을 사람과 유사하게 따라 하고, 심지어 자동으로 변속까지 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차량 구동축에 연결된 장비가 돌아가자 차속에 따른 토크, 모터 온도, NVH 파형 등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차량 이용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운전 영역에 대한 효율을 평가하고 분석했다. 차량 품질 확보를 향한 의지가 느껴졌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전기차 탄생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고성능 전기차는 가혹 조건에서의 주행을 고려해 제작되는데,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는 아이오닉 5 N이 도달할 수 있는 시속 260km의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 습득과 평가는 고성능 전기차 개발의 단초가 된다.
담당자는 "내연기관차 대비 특유의 모터 가속감과 고출력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많아졌다"면서 "현대차는 차세대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모터 동력계를 활용, 개발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셀 성능·내구성 평가…차세대 배터리 신규 소재 분석
배터리 분석실 - 드라이룸 전경./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어 기초소재연구센터 소속 '배터리 분석실을 방문했다. 이 곳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 분석실은 소재 연구 특성상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드라이룸 환경 하에 운영되고 있었다. 이재욱 재료분석팀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해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룸 입구 위쪽 현재 온도와 습도를 알려주는 온·습도계가 눈에 들어왔다. 정이든 재료분석팀 파트장은 "현재는 시험실 개방을 위해 드라이룸을 오픈한 상태기 때문에 6.6~6.7도로 표기돼 있다. 실험실이 6.7도가 되면 이슬이 맺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분석을 진행할 때는 영하 60도 정도에 이슬점을 맞춰 진행을 하다 보니 시험실 내부는 상당히 건조한 상태다. 실내 온도도 실제 실험상의 조건은 20°C 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컨트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시험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전용 신발을 신은 뒤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한다. 에어샤워실을 통과해 셀 해체실로 향했다. '셀 해체실'은 분석을 위해 배터리가 처음 옮겨지는 장소다. 이 곳에서는 배터리 셀의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된다.
셀 해체실 공간은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 벽면, 천장을 비롯해 테이블과 같은 기본 설비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돼 있다. 또 해체실 한편에는 자동소화 설비가 적용된 흄후드와 각종 화재 차단 설비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
정 파트장은 "배터리 셀 해체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2023년 연구소 최초로 셀 해체 전용 공간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채취된 시료는 드라이룸의 '전처리실'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정밀 분석 장비에 시료가 장입될 수 있도록 글로브 박스 내에서 시료 절단 및 샘플링 작업이 진행된다. 담당자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일부 소재는 수분과 산소에 매우 민감해 시료 샘플링 과정에서 해당 소재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샘플링 된 시료는 이후 '메인 분석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배터리 구성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재질 및 화학구조 분석 등 정밀 분석이 진행된다.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다양한 시험을 통해 배터리 설계 사양 및 내구성, 충·방전 조건에 따른 성능과 수명 평가 등을 확인하며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품질 문제에 대응한다. 또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 극한 환경 재현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 '상용환경풍동실'
상용환경풍동실 -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남양연구소의 마지막 투어 장소는 상용환경 풍동실이었다. 상용환경시험동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이곳은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주행 환경시험을 위한 다양한 융복합 연구 장비들이 대거 설치돼 있었다.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 또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
환경풍동실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비치돼 있었다. 환경풍동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하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태양광 장비를 활용한 고온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내부 천장 및 측면에 태양광(Solar) 장비가 설치돼 있는 풍동실 내부로 들어가니 곧 다가올 여름을 선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험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45℃ 환경에 방치한 자동차의 실내 온도는 보통 60℃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상부의 Solar 시스템이 이와 같은 온실효과를 동일하게 재현한 것이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험실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혹서, 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도 마련돼 있다.
실험실 관계자는 "장시간의 시험과 반복 재현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로봇 드라이빙을 이용한 시험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주행 사이클에 맞춰 자동차를 스스로 운행하고, 로봇을 이용한 평가는 사람의 운전 패턴과 유사한 재현성으로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및 수소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인 만큼 최첨단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험실 내부 모든 시설물은 수소 방폭 설비로 돼 있으며,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감지기와 자진 소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학계/자동차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규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들을 돌아보며,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시대에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국내 채용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앞으로의 도전에 더 큰 기대가 쏠린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