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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호출하는 구태정치...국감은 호통정치?

2015-09-02 11:15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대기업 뭇매 많았던 올해…총수 국감 줄줄이 소환 예고
경제위기 속 기업인 출석 찬반…'책임론vs신중론' 팽팽

[미디어펜=김세헌기자] 2일 올해 국정감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임위별로 증인·참고인 채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초동대응 미흡에 따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땅콩회항’ 사건으로 곤혹을 치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불법 파견과 간접고용 문제에 책임론이 부상하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에 증인 출석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정부·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국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업의 경제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재계 일각에선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올 경우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에도 유·무형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2일 경제계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감 기업인 증인 소환 대상 1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산자위에서는 여야 모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해외계열사 지분 문제 등과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무위에서도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지분 소유구조 문제가 불거진 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 등을 국감 증인으로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획재정위 다수의 야당 의원도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등을 요청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증인 소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위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의 영업 확장으로 인한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외에도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이갑수 대표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환노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주연 피죤 대표이사,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도 국감 소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토위의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위와 교문위에서 각각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학교 앞 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과 관련한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어 여야 간 협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위에선 다음달 21일 메르스와 관련한 특별 국감이 예정되면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석 여부에, 농림해양수산식품위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올해 국감을 앞두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정치권에서 재벌개혁 문제가 화두로 오르면서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 증인 채택 요구에 귀를 곤두세고 있다. 예년보다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이번 국감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증언대에 서는 기업인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된 국회의사당 앞에 의원들과 각 피감기관, 기업의 차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매년 국감에서 반복되는 경제인 소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역시 상당하다. 대기업 총수 출석을 요청하는 여야 의원들은 기업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오너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 한다는 논리지만 한쪽에서는 무분별한 출석 요청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쏟아내는 형국이다.

과거 국감에서는 의원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소환한 상태에서 제대로된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인들을 몇 시간 동안 기다리도록 한 경우도 있어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국감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무더기 출석 요청하고, 증인으로 채택된 총수들은 국감을 피하기 위해 앞서 해외출장을 나가는 일이 벌어지는 등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한 일반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재계 한 관 계자는 “최근 국회가 국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정부정책을 견제·감독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데 관련이 없는 민간기업인들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인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채택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기업인에 대한 증인채택이 무분별하게 행해질 경우 정책국감에 걸림돌로 작용함은 물론 해당 기업에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사업경영에 전력을 쏟지 못한다”면서 “사실관계를 떠나 증인으로 채택됐다는 그 자체가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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