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올해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카드수수료율을 둘러싼 롯데카드와 중소마트·슈퍼마켓 가맹점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 가입 중소마트들은 지난 1일부터 롯데카드 가맹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첫날에만 30곳이 넘는 중소마트에서 롯데카드 가맹점을 해지하며 ‘롯데카드 보이콧’이 확산 중이다. 한국마트협회는 이달까지 전체 6000여개 회원사 중 3000개 중소마트가 가맹점 해지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소마트들이 롯데카드 가맹 해지에 나선 이유는 카드수수료율 때문이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별 중소마트·슈퍼마켓 수수료는 △BC카드 2.15% △롯데카드 2.13% △하나카드 2.09% △우리카드 2.08% △삼성카드 2.07%, △KB국민카드 2.06% △현대·신한카드 2.04% △농협카드 1.98% 등이다. 수수료율은 BC카드가 가장 높았으나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라는 게 협회 분석이다.
박용만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그동안 가맹점수수료는 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내려갔을 뿐 동네마트 등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중소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마다 소폭 조정되거나 되려 인상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카드수수료 지출이 임대료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현재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해 3년마다 조정한다.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 마케팅비용 등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정해진다. 30억원 초과 중·대형가맹점의 경우 카드업계와 가맹점 간 협상에 의해 자율로 수수료가 결정된다.
그러나 한국마트협회는 통신사, 자동차, 대형마트 등 자체 협상력을 발휘해 수수료를 조정하는 대형가맹점과 달리 동네마트, 편의점, 주유소, 슈퍼마켓, 정육점, 중대형 식당 등의 중소기업자들은 개별 사업자이다 보니 카드사와의 협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일방적인 인상 통보를 받는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마트협회는 중소마트, 슈퍼마켓 등은 매출규모만 클 뿐 박리다매 소매업종으로 카드결제비율이 90%를 넘기면서 카드수수료가 매출총액에 그대로 곱해져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 회장은 “카드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는 것보다, 협상권을 보장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마트 임직원이 피땀 흘려 이뤄낸 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카드사가 단말기 하나 놓고 갈취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갈등은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도 중소마트와 슈퍼마켓은 신한카드와 카드수수료율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한국마트협회는 신한카드가 일반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을 2.02%에서 2.28%로 올리겠다고 일방 통보했다며 신한카드 가맹점 해지에 돌입했고, 신한카드는 2.04%로 인상폭을 낮췄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가맹점 협상권 보장 등 실효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롯데카드 보이콧 운동은 향후 동네마트 연합체인 한국마트협회를 시작으로 일반가맹점 전체 업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