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과 조선업계가 조선용 후판을 놓고 입장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는 제값을 받아야 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는 국내산 조선용 후판에서 중국산이나 일본산 사용 비중을 높여 원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인데 향후 수입산이 가격 협상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공장./사진=포스코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원자재 매입비용으로 7조323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6조199억 원보다 1조3031억 원(21.6%)이 더 늘어났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자재 매입비용에 5조8096억 원을 투입해 전년 4조743억 원 대비 1조7353억 원(42.6%)이 급증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조선·해양부문에서 3조4750억원을 원자재 매입비용으로 썼다. 전년 3조3806억 원보다 944억 원(2.8%) 증가했다.
이처럼 조선업계의 원자재 매입비용이 증가한 것은 선박 건조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높아진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용 후판이 원자재 매입비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조선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도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철강업계는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가 상승을 반영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업계는 가격이 높다며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가격을 인하한 만큼 올해는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강 시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조선용 후판이 그나마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을 낮추면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업계와 협상을 통해 원가를 낮추기 보다 구매처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산이나 일본산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이나 일본산의 경우 국내산 후판보다 10% 수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체들도 자국 내 수요가 부진함에 따라 수출을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입산 비중 확대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한 철강업체는 국내 조선사를 방문하면서 조선용 후판 협력 확대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선업계는 수입재 비중 확대가 국내 철강업체와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원가에서 조선용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가격 협상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는 구매처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으로 한정돼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 구매처를 늘리게 되면 원가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업체들은 이러한 조선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국내산 비중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대체할 수 없는 특수 기능을 가진 후판도 있고, 품질적인 면을 고려하더라도 국내산 제품의 좋다”며 “향후 글로벌 수급 상황에 따라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조선업계가 수입산 비중을 마냥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