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살인을 저지른 80대 치매 환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승련 부장판사)는 같은 요양원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80)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 처분을 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치매 4급 판정을 받고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요양보호시설에 입소한 이씨는 이틀 뒤 새벽 같은 요양실에서 생활하던 A씨(당시 56)가 잠든 사이 자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박 끈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살해 동기는 A씨가 자꾸 돌아다녀 성가시다는 이유였으며 1심 법원은 여러 증거를 볼 때 이씨가 A씨를 살해한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이씨가 정신병적 장애 탓에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잃은 상태였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죽이고 보니까 내 조카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피해자가 짐승으로 보였다”는 등 수사기관에 진술하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이씨가 범죄전력이 없고 고령에 치매 환자이므로 신경과·정신과 치료보다 가족의 지속적 관심·보호가 필요하다며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한편 “폭력적인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키거나 예방을 위한 치료는 필요해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치료감호를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