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주요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액이 지난달 22일까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 손실률을 기준으로 평균 5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은행들의 배상금 지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금 100% 회수'를 주장하는 피해자모임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 후보들의 유세현장을 찾아 호소문 운동을 하고 있다.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려 향후 유리한 배상안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모임 내부에서는 '선거운동을 하지말라'는 소수의견도 나온다.
피해자모임이 지난 6일 경기 구리시에 출마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찾아 피해상황을 알리고 있다./사진=네이버카페 '홍콩H지수 관련 - ELS 가입자 모임 (피해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은행이 판매한 홍콩ELS 상품의 만기 도래액은 1월부터 이달 4일까지 누적 3조 881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원금 손실액이 1조 9571억원으로 평균 확정 손실률은 약 50.4%에 달한다.
5개 은행의 잔여 만기도래액은 2분기(4~6월) 약 5조 2456억원, 하반기(7~12월) 약 4조 8935억원으로 총 10조 1391억원으로 추정된다.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2분기 2조 7677억원, 하반기에 1조 9724억원의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이어 신한은행이 2분기 8008억원, 하반기 9636억원 남았다. 하나은행은 2분기 5847억원, 하반기 1조 2193억원 도래한다. 농협은행은 2분기 7177억원, 하반기 3169억원 규모다. SC제일은행은 상반기 3747억원, 하반기 4213억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면서 제재를 시사한 가운데,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배상사례가 일부 나왔다. 이는 판매사와 피해자 간 배상 비율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까닭이다. 판매사는 '분쟁조정안에 따른 배상비율'만을, 피해자는 불완전 판매라는 점을 들어 '원금 전액 배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모임은 판매사와의 대화 대신 여야 총선 후보자들의 유세현장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배상비율을 따르게 되면 원금 전액 배상이 어려운 만큼, 당선 유력 후보자들의 관심을 끌어 유리한 입장을 포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피해자모임 카페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일부 피해자들은 서울·경기권에서 유세 중인 여야 후보들을 찾아 호소문 전달 및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방의 경우 부산, 광주, 전남 순천, 천안, 청주, 강원 홍천 등을 누비며 지역구 당선 유력 후보자들에게 피해상황을 어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에서는 △서울 노원갑 우원식 후보 △서울 도봉을 오기형 후보 △서울 광진을 고민정 후보 △서울 구로을 윤건영 후보 △서울 강동갑 진선미 후보 △경기 구리 윤호중 후보 △경기하남갑 추미애 후보 등의 선거 유세현장을 찾았다.
피해자모임이 지난 5일 부산 동래구에 출마한 서지영 국민의힘 후보를 찾아 피해상황을 알리고 있다./사진=네이버카페 '홍콩H지수 관련 - ELS 가입자 모임 (피해자)'
국민의힘에서는 △서울 광진을 오신환 후보 △서울 송파갑 박정훈 후보 △경기 고양정 김용태 후보 △경기 광명갑 김기남 후보 △충남아산갑 김영석 후보 △부산 동래 서지영 후보 △충북 청주상당구 서승우 후보 등의 유세현장을 찾았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카페 일부 회원은 '힘든 사람들에게 선거운동은 아닌듯하다' 등의 반대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다수 회원들은 '뭐든 해보려는 몸부림이다' '스스로 돈 찾기 위해 뭐라도 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회원은 "우리가 빨강 파랑 나눌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오로지 돈만 받으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은 주 중 판매사를 상대로 법규 위반 사실들을 담은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의견서에 대한 소명을 내놓으면 금감원이 이를 바탕으로 제재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판매사 제재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