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조카의 난'이 연거푸 제압되면서 명분과 동력을 모두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세 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시 난을 일으킨다면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가 주주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개인적 감정을 발산하기보다는 가업(家業)을 위하는 담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철완 '참패'…주주 위한다는 명분 잃어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치러진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대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기존 보유 자사주(524만8834주) 전량 소각 △김경호 케이비(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최대 쟁점은 자기주식 처분·소각 건이었다. 차파트너스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소각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찬성률이 저조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자사주 전량 소각 주주제안 건 역시 자동 폐기됐다.
대신 금호석화 측의 안건인 2호 자사주 소각 안건이 찬성률 74.6%로 가결됐다. 박 전 상무의 3차 조카의 난이 실패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박 전 상무는 이전에도 두 차례 조카의 난을 일으켰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에 권한을 일임하며 우회 전술을 썼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주주제안 전문 집단을 앞세워 비판을 최소화하고 주주 설득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총이 다가오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인 ISS, 글래스루이스가 모두 차파트너스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결정적으로 주총 표대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금호석화 측 손을 들어주면서 3차 조카의 난은 종결됐다.
◆ 잊을만 하면 분란…"주주권익 앞세워 사심 채우기?"
박철완 전 상무가 일으킨 '조카의 난'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시가총액 20조 달성 등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주주제안을 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왼쪽)·박찬구 회장./사진=위너스피알·금호석유화학 제공
재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이번 주주제안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향후 추가적으로 회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주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박 전 상무 측의 주장에 반대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안정적인 경영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을 했고, 국민연금도 해당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판세는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이번 한 번으로 주주제안을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박 전 상무 측은 우호 지분을 모아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화학 업황이 구조적 불황을 보이고 있고, 신사업을 통한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다 보니 박 전 상무가 다시 한 번 행동에 나설 경우 주주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세 차례의 주주제안이 사실상 경영권 흔들기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박 전 상무 측에 대한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어보인다"면서 "지속되는 공격에 주주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진정으로 회사를 생각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석화 측은 주총 결과를 두고 "석유화학업계가 절체절명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 회사의 미래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오히려 경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제안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