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해 1분기 기술수출 성과가 단 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재작년 1분기에는 6건, 작년 1분기에는 9건을 수출하면서 성장세를 그리는듯 했으나 올해는 그 기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LG화학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등 기술수출 실적은 총 4건으로, 금액은 1조 9950억 원(비공개 제외)로 확인됐다. 기술수출 전체 금액은 전년 동기(2조 1638억 원) 대비 13.4% 줄었다.
올해 들어 가장 눈에 띈 성과를 낸 기업은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국 제약기업에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을 약 1조 200억 원에 기술수출 했다. 1분기 기술수출을 한 기업 중 가장 '빅딜'을 달성한 셈이다. 선급금은 1200억 원이며 단계별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는 9000억 원이다. 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국에서 단일 신약으로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끌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제약사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환자를 위한 신약 'LB54640'를 약 40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LG화학이 지금까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중 규모 중 가장 큰 규모다. 선급금은 약 1300억 원이며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대 2700억 원이다.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도 추가로 받는다.
알테오젠은 지난 2월 미국 머크(MSD)에 인간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엔자임 'ALT-B4' 독점권을 부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약 5750억 원에 체결했다. LT-B4는 대용량 항체약품을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투약 가능하도록 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게 특징이다. 알테오젠은 기존까지 비독점이었던 계약을 MSD 독점 라이선스 계약으로 조건을 바꿨다. 이번 계약 변경에 따라 계약금 2000만 달러(한화 약 266억원)를 수령했다.
난치암 치료제 개발 기업인 넥스아이는 지난달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전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 'NXI-101'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NXI-101은 면역항암제 불응암을 포함해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다만 세부 계약 내용이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오노는 NXI-101의 글로벌 임상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모든 책임과 독점 권리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1분기까지의 기술수출 성과는 전년 대비 부족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중·하반기에 연이어 잭팟이 터질 수도 있다는 업계의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기술수출 성적이 줄곧 부진하다가 4분기에 접어들어 종근당과 레고켐바이오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뒷심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은 그만큼 시장성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 돼 향후 상용화에도 자연스레 기대감이 모인다. 또 꾸준한 연구개발(R&D)의 결실이라고 평가해 기업 가치를 높여주기도 한다.
반대로 일각에선 연구개발로 일궈낸 후보물질을 기술수출 하는 것도 좋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자체 신약 개발 역량도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체 신약 개발만이 기업에서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술수출의 경우 상대 기업이 상황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거나 임상을 중단하는 등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난립으로 내수 시장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술수출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가가치가 높은 자체 신약 개발에도 주력하면서 이를 토대로 또다시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