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으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함정 수출 시 MRO 사업까지 수행하게 되면 장기간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MRO 사업을 통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해군에 인도 예정인 정조대왕함./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함정 MRO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터빈 기업인 GE에어로스페이스와 수출 함정에 대한 MRO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함정 수출을 계기로 현지 MRO 사업을 진행 중인데 필리핀을 넘어 영역을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오션도 호주의 조선업체인 오스탈 인수 추진에 나섰다. 오스탈은 호주는 물론 미국 해군에도 선박을 납품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해외 MRO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전문 MRO 조직을 신설·운영하면서 MRO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MRO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MRO 사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 원)에서 2029년에는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함정의 경우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함정을 수주할 때 MRO 사업까지 연계해 판매한다면 수십 년 동안 유지·보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함정의 경우 통상 40년 정도 운용한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MRO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MRO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연간 20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 해군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보수를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 조선소는 노후화됐고, 유지·보수 선박도 포화상태라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군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직접 HD현대중공업을 찾아 함정 건조 역량을 확인하기도 했다.
한화오션도 미국에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미국 함정 사업은 물론 MRO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호주의 오스탈도 미국 앨라배마주에 조선소를 갖고 있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오스탈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도 국내 조선소의 기술력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미국 MRO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건조 능력이 셰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기 때문에 MRO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미국 해군의 MRO 사업을 따낸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 받으면서 다른 국가로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