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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계약 장담 못해”…K-방산, 금융지원 대책 마련 절실

2024-04-24 15:17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 내에서 자국산 무기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EU에서도 유럽산 무기 비중을 높이라고 권고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계약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올해 6월까지 금융지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다. 이에 방산업계 내에서는 금융지원 해결책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폴란드 고위 관계자 방한…금융지원 변수

24일 업계에 따르면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과 마르친 쿨라세크 폴란드 국가자산부 차관 등 폴란드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석종건 방위사업청과 면담을 통해 방산 협력 지속을 약속했으며, 국내 방산기업들을 찾으면서 K-방산 기술력을 확인했다. 

이번 방한으로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와 2차 계약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논의를 통해 그동안 협상이 지연됐던 폴란드와의 2차 계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국내 방산업계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대, K-2 전차 1000대, FA-50 48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K-9 자주포 212문, 천무 218대, K-2 전차 180대, FA-50 48대의 수출을 확정하는 1차 계약이 확정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차계약의 일환으로 K9 자주포 152문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K9 자주포 308문, 천무 70대, K2 전차 820대가 계약되지 못하고 남아있다. 

이번 폴란드 방한에 맞춰 천무 7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지원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2차 계약에 대한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고위 관계자들이 방한하면서 현지 생산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지원에 대한 요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융지원이 결국 2차 계약의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도착한 현대로템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제공



◆방산업계, 금융지원 한목소리…정부는 ‘묵묵부답’

업계 내에서는 이번 폴란드 방한 목적이 사실상 금융지원 요청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폴란드에서는 2차계약을 위해 대규모의 금융지원을 요청해왔는데 이번 사절단에는 폴란드개발은행 부행장도 포함됐다. 

우리나라도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길은 열렸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기존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획재정부의 자본은 투입되지 않은 상태다. 또 법정자본금 증액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번에 실제 출자되는 금액도 2조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와의 2차 계약 규모가 3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방산업계 내에서는 조속한 금융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월 말까지 금융지원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못하면 기존에 맺은 계약까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맺은 3조4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152문 수출 계약 당시 6월 말까지 금융지원을 확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때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는 실정이다. 또 이번에 천무 70대를 계약한다고 하더라도 금융지원이 포함된 조건부 계약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폴란드 현지 내에서 자국산 무기 생산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빠른 금융지원이 마련돼야 하는 요인이다. 폴란드 내에서는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입산이 아닌 국산 자주포 도입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동안 K9 자주포와 K2 전차 도입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지난 2022년 체결한 기본계약보다 무기 도입 대수가 더 적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도 회원국들에게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절반 이상을 EU 안에서 지출할 것을 권고했다. 폴란드도 EU의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가 아닌 EU 내 다른 국가에서 무기 수입에 나설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금융지원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이 축소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폴란드 측이 요구하고 있는 금융지원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수출을 장담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조속한 금융지원 대책이 폴란드의 자국산 무기 생산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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