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노태우 정부 시절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실세로 꼽히던 노재봉 전 총리가 지난 23일 혈액암 투병 끝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국제정치학자이자 정치사상 이론가인 고인은 노태우 정부에 참여해 국가 전략 기획·실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경남 마산 출신인 노 전 총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암스트롱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은 1987년 시작됐다.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자문역을 맡으며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6·29 선언' 작성에 관여했다.
1988년에는 "광주 사태는 김대중 씨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 기술 때문에 발생했다"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며 잠시 대학 강단을 떠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노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고, 1990년 대통령 비서실장에 올랐다.
1991년에는 22대 총리에 취임했으나 명지대 학생 강경대씨가 시위 진압 중 무차별 폭행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4개월 만인 같은 해 5월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이후 14대 국회의원(민자당 전국구)을 지냈고 민주자유당에서 당무위원과 고문으로 활동했다. 명지대 교양교수와 서울디지털대 총장직도 지냈다.
고인은 은퇴 이후에도 제자그룹 및 시민사회 활동가와 함께 공부 모임을 주도하며 보수 원로로 활동했다. 일각에서는 '강경 보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2015년 '정치학적 대화', 2018년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 지연월씨, 딸 모라, 아들 진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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