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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이재용, '글로벌 네트워크'로 미래 먹거리 발굴

2024-04-28 14:00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핵심 사업을 키우는 이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 본사에서 경영진들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으며, 자이스의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 및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경영진과 인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의 중요한 계약마다 이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20년 삼성전자가 이동통신 세계 1위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이 회장의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의 인연이 계약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최근에도 이 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피터 베닝크 ASML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바이오 분야에서도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2반도체 신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미국 동부에서 △호아킨 두아토 J&J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등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수주를 달성했으며 위탁 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글로벌 TOP 20 제약업체 중 14개 기업을 고객사로 둔 삼성바이오 로직스는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생산능력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5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국내외 협력사 생태계 강화 및 상생 협력 체제 구축

2023년 11월, 이 회장은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며 미래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LJF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휴대폰 △TV 등 IT업계 기업들과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이 회장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협력사들과도 반도체 생태계 육성 및 상호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반입식에 원익IPS, 솔브레인, 피에스케이, 동진쎄미켐 등 협력사 대표들을 초대해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육성 및 상호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강화 △선제적 투자 지속 △고객사 확대 △반도체 생태계 육성 등 미래 준비를 꾸준히 지속해왔다.


◆ 3나노 양산 성공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매출 확대

삼성은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은 2022년 매출 208억 달러를 달성했으며, 이는 2019년 117억 달러 대비 약 80% 성장한 수치다. 향후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연평균 64.8%)은 전체 시장 성장률(연평균 13.8%)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TSMC와 삼성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만, 향후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의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파운드리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

또 삼성은 미세공정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중요성이 급증한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I-Cube로 불리는 최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3차원(3D) 패키징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한 삼성은 매년 패키징 설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각각 20억 달러, 18억 달러를 투자했다.

TSMC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수율'을 안정적으로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삼성은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은 2030년까지 약 20조 원을 투자해 기흥 사업장에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해당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 평택,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생산라인 건설…선제적 투자 지속

삼성은 평택시, 미국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메모리 생산라인이 대부분인 삼성은 TSMC에 비해 파운드리 생산 Capa가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사 역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KB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 고객사는 100개 이상이며, 2028년에는 200개사가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미국 AI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5나노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AI 스타트업 기업 그로크, 텐스토렌트의 차세대 4나노 AI칩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은 2019년부터 '테슬라'의 3세대 자율주행 칩, '23년부터 '모빌아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최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V920을 양산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삼성 경영진을 찾았으며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생산 공동 투자, 파운드리 협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반도체 생태계 육성…시스템 사업서도 가시적 성과

삼성은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 △후공정/테스트(OSAT) 업체들과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오픈엣지테크놀로지(CLX 컨트롤러 개발 IP 기업), 퀄리타스 반도체(온디바이스 AI 특화 IP 기업), 가온칩스(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 중이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 전문 기업들 간 협력과 기술 다양성이 사업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생태계 싸움'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데, 아직까지는 TSMC를 필두로 한 대만의 생태계가 삼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생태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모바일AP '엑시노스 2400'은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됐으며, 전작에 비해 AI 성능이 약 15배 이상 향상돼 스냅드래곤과의 성능 격차를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24 판매 호조가 모바일 AP 매출 급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차기 모델인 엑시노스 2500이 애플 AP의 성능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초당 11.2Gb 데이터 전송 속도를 달성한 엑시노스 모뎀 5400과 '아이소셀 비전 63D' 이미지센서를 공개하며 업계 1위 퀄컴과 소니를 맹추격하고 있다.

DDI(Display Driver IC, 디스플레이 구동칩) 시장에서는 21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7억5천만불로 시장점유율 29.7%를 차지했다(2위 노바텍 22.3%, 3위 LX세미콘 11.0%).

삼성은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 사업도 본격적으로 육성하며 시스템반도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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