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례적이라는 식으로까지 논의는 없었고, 종종 만나자고 했으니까 필요할 때 또 협의를 통해서 만남을 주선할 것으로 기대한다." (4월 29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 만나 했던 발언)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 열린 첫 공식 회담은 별도의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됐다.
문제는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날 소통의 첫 단추를 꿰었지만, 향후 3년간의 남은 국정 운영에 있어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다음 영수회담을 성공적으로 갖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첫 영수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된 안건이 '제로'였다.
이 대표의 제1의제였던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에 국회에서 협의하자며 사실상 '보류'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소통의 공감대 형성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2024.4.29 /사진=대통령실 제공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어졌다"며 "시간 계산을 해보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 비중이) 85 대 15가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요구사항을 전부 밝혔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길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이다.
특히 이번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지면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 이 대표가 제시한 다른 현안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은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비롯해 전세사기특별법, 윤 대통령 가족 의혹, 재생에너지 산업 재편, 실용외교 기조 전환 등이다.
이뿐 아니라 앞서 국무총리 인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영수회담은 사진 찍는 자리가 아니라 답을 듣는 자리, 실행하는 자리, 실천하는 자리로 의미가 있어야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 대표 또한 회담 직후 "답답하고 아쉬웠다"며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만 향후 의대 증원 등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 대표가 힘을 실어준 의료개혁 해법이 '협치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가 오는 6월말 민생 현안 후속조치로 저소득층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에 민주당이 제안했던 내용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주목된다.
선별지원이 기본 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얼마나 더 많은 저소득층에게 전해지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보편지원 복안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