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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법' 의결 시 법리 쟁점 살펴보니

2024-05-06 11:22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 2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특검법)을 재적 268명 중 찬성 168명으로 통과시키자, 특검법 안에 담겨 있는 법리 쟁점이 주목받고 있다.

'채상병특검법'이 정면으로 대통령실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겨냥해서다. 특히 법리적으로는 특검법이 지목한 혐의가 난해하기로 소문날 정도로 쟁점이 복잡하다.

우선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건 검토와 경찰 이첩, 회수에 이르기까지 국방부장관의 권한을 남용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채 상병이 사망한 지난해 7월 30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대령(해병대 수사단장)은 각각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김계환 사령관은 이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도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관건은 하루 뒤인 7월 31일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를 주재하는 과정에서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을 사건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느냐 여부다.

2023년 8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사망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을 논의하기 위한 소집 요구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방부장관과 차관, 해병대사령관 및 수사단장이 불참한 가운데 한기호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박정훈 대령 측의 주장은 이날 회의 직후 대통령실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갔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의 제목을 빼라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해병대의 언론브리핑,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실 보고 또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 외압 쟁점과 관련해 이로부터 이틀이 지난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하자, 국방부가 당일 수사자료를 회수한 과정도 주목된다.

유재은 관리관은 이날 오후 경북경찰청 간부와 통화해 사건 회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 관리관 간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군사법원법 제2조 4항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범죄로 인해 군인 등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 예외적으로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에 기소하도록 할 수 있다. 이종섭 장관이 당시 사건 검토와 경찰 이첩, 회수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남용한게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예외조항'인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박 대령이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해 수사를 마친 후 경찰에 이첩까지 완료했기 때문에 박 대령의 권리행사가 방해된게 없다는게 이종섭 전 장관측 입장이다. 실제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경우, 미수범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

반면 이에 대해 박 대령 측은 직권행사의 주된 목적이 직무 본연의 수행에 있지 않고 본인 또는 제3자의 사적 이익 추구나 청탁 또는 불법목적 실현 등에 있는 경우를 직권남용죄 요건으로 보고 있는 대법원 판례에 들어, 대통령실 개입 여부까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상병특검법의 시행과 관련해, 또다른 법리 쟁점은 바로 군사경찰직무법상 '수사 독립성 보장' 여부다.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 7조에 따르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경찰이 범죄의 정보수집·예방·제지 및 수사를 수행할 때 부대의 장은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실 또는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단순 업무지시를 내렸는지, 또는 부당한 이유를 대며 압박했는지 여부가 법정에서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박 대령의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와 이첩 활동 모두 국방부장관 지휘체계 내에서 이뤄진 것인지, 그 밖을 벗어나 외부 압력에 의해 돌아간 것인지 사실관계 여부를 따져야 한다.

향후 윤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국회에서의 재표결에서 3분의 2가 넘게 되면 채상병특검이 발족된다. 특검이 각 법리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를 낱낱이 파헤쳐 확인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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