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국내 해운사와 수출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물동량이 늘고 운임이 상승하면서 해운사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수출기업은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HMM 제공
6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940.63을 기록하며 지난 3월 1일(1979.1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저점이었던 3월 29일(1730.98) 이후 4주 연속 상승세다.
해운 운임 상승 추세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같은 역내에 있는 홍해 항로의 정상화가 애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와중에 홍해 선박들을 위협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미국이 결국 공습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홍해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수년간 대리전을 벌여온 이란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직접적으로 충돌하면서 운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더욱이 해운업계가 전통적인 성수인 3분기를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인 화주들이 화물 수요를 늘리고 있다.
실제 해양수산부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항만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777만TEU로 전년 동기(734만TEU) 대비 5.9% 증가했다. 컨테이너 수출입 물동량은 4.0% 증가한 434만TEU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물동량은 생산‧소비 지표 개선에 따라 각각 20.6%와 8.3%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 해운사들은 해상 운임을 인상하는 중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 스위스 MSC를 비롯해 덴마크 머스크와 프랑스 CMA CGM, 독일의 하팍로이드 등은 이달부터 추가 운임을 받기로 했다.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HMM의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주 노선의 장기 운임 계약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협상이 종료될 예정인데 해운 운임은 계약 체결 시점의 SCFI가 기준점이 돼서다. HMM의 지난해 하반기 실적은 증권가에서 전망한 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올해 실적 반등이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의 HMM 실적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43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HMM도 보조를 맞춰 이달부터 2021년 발주한 1만 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1척을 올해 말까지 모두 미주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선박들은 모두 자체 보유 선박(사선)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국내 수출기업들이다. 운임 부담과 정시성의 불투명 여부가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홍해 사태로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운항 거리는 5172km 늘어나고 운항 일수는 10일 더 길어진다.
특히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타이어 등 사실상 해상 운송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올해 운임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류비 급증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상운송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 정부서 운임비 상승에 따른 단계별 지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기는 역부족"이라며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