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식품업계가 올 1분기 호실적을 올렸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 원재료값 상승 등 부담 요인이 여전한 반면, 정부에선 지속적으로 먹거리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어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미디어펜DB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분기 매출이 늘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에 고환율·지속적인 사업경비 지출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 올해 1분기 실적(잠정)은 연결기준 매출 9369억 원, 영업이익은 4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매출은 3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5% 감소했다.
해당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별도기준 매출은 2.4% 늘어난 6461억 원, 영업이익은 25.2% 줄어든 423억 원이다. 특히 음료 부문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39억 원으로, 38.6% 감소했다.
농심은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IBK투자증권은 1분기 농심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709억 원, 64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5%, 1.1% 증가한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에 소폭 못 미친다. 농심의 1분기 컨센서스 영업이익은 666억 원이다.
김태현 IBK 연구원은 "판매관리비 증가 이슈는 없지만 아직 원가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장기화는 내수 비중이 큰 국내 식품업계엔 부정적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국내 식품 업체들은 환율이 높아질 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농심은 환율 5% 상승시 1억7600만 원의 손실을 본다고 판단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세후 이익이 182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해외 수출 비중이 압도적인 삼양식품의 경우 고환율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8093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늘었다. 삼양식품은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 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상승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분위기지만, 정부 압박에 난항이 예상된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1일부터 초콜릿류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정부 요청에 오는 6월로 한 달 미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17개 주요 식품기업 및 10개 외식업계 대표들과 물가안정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식품기업은 남양유업, 농심, 대상, 동서식품, 동원F&B, 롯데웰푸드, 매일유업, 빙그레, 삼양사, 삼양식품, 샘표식품, CJ제일제당, SPC삼립, 오뚜기, 오리온, 해태제과식품, 풀무원 등 17개사가 참석했다. 교촌에프앤비, 제너시스비비큐, 롯데지알에스 등 외식업계에서도 10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3월 13일에도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곳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그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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