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22년 8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선긋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민감한 문제를 포함한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면서 야당에서 요구해온 김 여사 관련 특검 및 채상병특검법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관련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 전후로 줄곧 촉구해온 특검 수용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의혹에 관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선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며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에 나선 가운데, 서울역에서 방송되는 화면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채상병 사망 사건 자체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순직 소식을 듣고 국방부 장관에게 질책을 했다,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정치 분야를 시작으로 외교안보, 경제, 사회 순으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라는 제목의 대국민 메시지를 먼저 발표한 후,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21분간에 걸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가겠다",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등 발언을 하면서 몸을 한껏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대한 첫 질문에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의 뜻을 거듭 받들어 국정 운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 분야 질문을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안에 대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자유민주주의적 설득의 방식에 따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이것이 대화의 걸림돌이고 의료계와 협의하는 데 매우 어려웠지만 마냥 미룰 수는 없다"면서 의대 증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