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인도네시아가 KF-21 공동 개발 분담금을 덜 내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내기로 했던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만 내게 되며,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모자라는 분담금은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KAI가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사진=KAI 제공
◆정부, 인도네시아 분담금 삭감 요구 수용 분위기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지난달까지 낸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은 약 4000억 원 수준이다. 계획대로라면 1조1000억 원 수준을 냈어야 하지만 36%만 낸 셈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는 분담금을 축소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2026년까지 총 1조60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지만 이를 6000억 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계획보다 1조 원의 분담금을 덜 내겠다는 것이다.
KF-21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로 2015년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6년 완료될 예정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는데 인도네시아가 약 8조1000억 원의 개발비에서 20%의 분담금을 내고 기술 이전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측은 미납 분담금 규모가 커지자 분담금을 축소하면서 기술 이전도 덜 받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는 기존 개발비에서 20%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요구가 반영되면 7.4%를 부담하는 데 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네시아 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미납하지 않고 있으며 개발 일정에도 영향을 주면서 제때 전력화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조정이 마무리되면 2025년과 2026년 각각 1000억 원씩을 납부하게 된다. 다만 정부에서는 조정 이후에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협력 중단까지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 개발 당시에는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정부와 KAI의 부담을 낮춰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분담금이 밀려있는 상태고, 정부에서도 일정에 맞춰 개발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KAI에서 5000억 원 추가 부담해야
인도네시아의 제안대로라면 정부와 KAI가 추가로 분담금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1조 원을 납부하지 않지만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은 5000억 원 수준이다. 공정 개선과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정부와 KAI에서 얼마나 부담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원래 비율대로라면 정부에서 3750억 원, KAI에서는 125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KAI 입장에서는 기존 1조6000억 원에서 1조7250억 원으로 분담금이 높아진다.
문제는 정부 측에서는 국방 예산을 통해 충당이 가능하지만 기업인 KAI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예상대로라면 연간 6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이에 방산업계 내에서는 정부가 더 높은 비율을 통해 분담금의 대부분을 떠안고 KAI의 추가 분담금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 측에서는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게 되는 것”이라며 “KAI도 방산업체이긴 하지만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을 통해 KAI의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 측은 추가 분담금에 대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KAI 관계자는 “아직 추가로 분담금을 얼마나 낼 것인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