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방향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이달 공개한다. 신규 원전 건설 규모는 2~4기로 추정되며 소형모듈원전(SMR)도 처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새울1,2호기 원전 전경./사진=새울원자력본부 제공
9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우리나라 전체 발전소와 송·변전 설비 건설 방향 등을 담은 행정 계획이다.
미래 전기 수요에 맞춰 전력을 생산·공급하기 위해 2002년부터 2년 단위로 산자부가 수립해오고 있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대상인 이번 전기본은 애초 지난해 말 초안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 여부, 발전원별 구성비(믹스) 등이 논란이 되며 수개월째 늦춰지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전 생태계 복원’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만큼 이번 전기본에 정권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원전 건설 공식화가 임박하면서 국내 원전 업체들은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가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수주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3월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3381억원 규모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원자로 설비 공급 계약과 5320억원 규모의 터빈설비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1조918억원 규모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설비 공사도 따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파운드리(Foundry, 생산전문기업)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2019년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에 나선 이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SMR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루마니아는 도이세슈티 지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총 462㎿ 규모의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77㎿급 SMR 6기가 사용되는데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핵심 기기인 원자로 모듈을 제작·공급할 예정이다.
전력산업의 핵심 설비인 변압기, 차단기와 산업 생산설비 등에 필요한 전동기, 기어 등을 생산하는 효성중공업 역시 중장기적인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1982년 국내 최초로 고리원전에 345kV 초고압 발전기를 납품하는 등 한국 원자력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성장해왔다. 원전에 납품하는 송전시스템의 경우 효성중공업 전체 매출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SMR 관련 사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지난해 7월 경상남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외 4개 기업이 함께하는 ‘차세대 원전 글로벌 제조 거점 육성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MR 분야를 육상, 선박, 해양플랜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MOU를 통해 향후 SMR 기자재 기술 개발과 실증, 공동연구 등을 함께 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내 신규 원전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 2~3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문제는 향후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냐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는 점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야당과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다 보니 정부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원전 신설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고 해도 전기본 발표 전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