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로마 자전거 도둑이 만들어 준 문화벤처 '유로자전거나라'

2015-09-08 13:1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유럽에 가면 참 쓸 만한 우리 문화관광벤처가 있다. 이름만 보면 무슨 뚜르 드 프랑스 같은 사이클 동호회나 자전거 메이커 같기도 한 색다른 이미지를 내비치는 유로자전거나라. 귀엽게 도 자칭 ‘유럽 여행업계의 삼성’이라고 부르곤 하는 이 벤처의 스토리가 무척 신선하다. 잘만 하면 지금 고용절벽에 짓눌린 우리 아들 딸 학생들에게도 희망 등대가 될 수 있지 싶다.

이야기는 10여 년 전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로마에 공부하러 왔다 눌러 앉은 이가 자전거 20대로 사설 투어 가이드를 시작했다. 지금 만큼 스마트폰 SNS 광속 정보는 없었어도 알음알음 로마로 깃든 배낭여행객들이 재빠르게 그룹을 짜서 뭉친 주 이용객이었다. 이들 여행자들 자전거 부대는 그야말로 신나게 덜컹거리며 로마며 바티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가는 지점마다 문화사와 인물 기록을 나누고 와인 야경투어도 곁들이며 교감해나갔다 한다.

그렇게 잘 나가던 한국 청년들의 로마 자전거 부대는 뜻밖의 요철 훼방꾼을 만나게 된다. 예로부터 저명한 이탈리아 자전거 도둑이다. 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네오리얼리즘 영화 <자전거 도둑, 1948>에서 보았던 도벽의 그림자가 순수 방랑자들을 덮쳐 버렸다. 극성맞은 자전거 도둑 행패에 이제 갓 좋은 입소문으로 사세를 키워나가던 로마 자전거 투어 비즈니스는 결국 날개를 꺾이고 말았다. 열 경찰 한 도둑 지키기도 어려운데 세워놓은 족족 없어지는 자전거로 하는 투어를 지속하기는 어려웠을 터이다.

   
▲ 유로자전거나라 홈피 캡처
이 때 마침 ‘마지막 자전거 여행자’ 무리로 나타난 홍대 미대 학생들이 대뜸 투어 가이드에게 서울 스타일로 아이디어를 막 던진다. “아니, 형! 이렇게 자전거 투어를 끝낼 수는 없죠. 우리가 카페를 하나 만들어 줄 테니 방법을 찾아봐요”.

이 다음부터가 코미디다. 자전거 투어 가이드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벤처 정신으로 반응한 대학생 고객에게 되돌아온 말. “야. 너희가 무슨 돈이 있어 나한테 카페를 차려 준다는 거야?. 장난치는 거니”.
이렇게 한바탕 인터넷 최첨단과 로마의 미디어 구석기 주민 간 대화가 오간 뒤 만들어진 게 바로 다음 카페 커뮤니티였고 그 이름은 도둑맞은 초기 납입 자본금을 추모한 유로자전거나라로 정했다.

이 문화관광벤처는 대한민국대표지식가이드그룹과 전문 투어 플래너를 지향하고 있다. 기존 여행사들이 편리한 예약기능, 알찬 이동코스,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삼는 경제성 등 여행 기능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것과 철저하게 차별화하는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모토다.

현지에 가서 먼저 예습하고 생생하게 누비고 다시 복습하는 답사 콘텐츠를 주 무기로 장착해 오늘날 입소문만으로 자칭 타칭 ‘유럽여행업계 삼성’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문화벤처가 가진 핵심역량은 유럽 8개국 80여명에 달하는 현지 가이드 정규 직원들이다. 투어 플래너라고 창직(직업창조)한 이들은 대부분 현지 유학생이나 장기간 여행자 출신들이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은 가이드도 있지만 새 직업 투어 플래너 답게 마네, 모네, 고갱, 고흐, 피카소를 줄줄 꿰고 있을 만치 공부한 재원들이다.

또 하나 이 문화벤처 유로자전거나라 특기는 아주 유연하고 개방적인 맞춤형이라는 점이다. 파리까지 개인 자유 여행을 갔어도 현지에서 좀 더 안전하고 알찬 미술관 투어를 가고 싶은 고객들에게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다음 카페보다 훨씬 더 진화 발전한 마이크로 블로그나 SNS를 통해 언제든 아침 일찍 파리 생 미셸 지하철역 가이드 팀에 합류할 수 있다.

시차와 여독에 힘들어 하는 여행객일지라도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은 낯선 파리나 로마의 아침을 가르고 긴장 속에 지하철 계단을 올라 이내 한국사람 투어 그룹에 안기는 푸근한 안도감이야말로 문화벤처 유로자전거나라의 필살기다. 이렇게 손 내밀어 주는 프로그램 때문에 이 회사는 제대로 성장하는 벤처가 되었다.

파리라면 1시간 거리 베르사이유 궁전을 오가는 버스도 운행하고 4시간쯤 걸리는 몽생미셸 수도원 경우는 당당히도 유로자전거나라 한글이 반짝 반짝 빛나는 전용 버스가 파리 개선문에 주차해 있을 정도로 몸집도 키웠다.

   
▲ 유로자전거나라 홈피 캡처
무엇보다 청년 투어 플래너들이 파고 들어 캐내는 문화사 콘텐츠들이 풍성하고 알차다. 바스티유 감옥쪽에 가서는 프랑스 대혁명도 훑고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 KTX 세일즈 같은 우리가 잘 몰랐던 최근세사 보따리도 풀어놓는다.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투어에서는 현지 프랑스인 투어와 함께 하는 서비스도 있고 미리 아침 카페에서 에스프레스를 곁들이는 미술사 예습 세미나가 있어 현장 몰입을 더 높여준다.

여행객들로서는 문헌이나 인터넷에서도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와 달리 현장에서만 고유하게 체크할 수 있는 깨알 같은 스토리텔링에 충분히 흡인될 만하다. 식사 같은 경우도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일반 단체 여행과 달리 여기 문화벤처는 다섯 가지 정도 다양한 현지 식당을 브리핑해 준다. 눈은 호강하되 배는 쫄쫄 곯은 고객들에게는 만족도가 아주 높은 자기주도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문화벤처로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은 투어 플래너들의 직업 정신과 헌신이 가져온 한류 문화외교 활동이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생가로 유명한 시골 마을 오베르 투어에서 목도한 장면이 있다. 늦여름 서늘하고 세찬 빗방울 속에서 열 명 남짓한 한국인 여행객들을 이끈 투어 플래너가 잠깐 알려줄 소식이 있다며 뭔가를 꺼내들었다. 고흐가 숨진 오베르의 그 방 부속 건물, 레스토랑을 합친 기념관 소장이 준 고흐 방 열쇠. 특별히 기념으로 제작한 귀한 물건을 한낱 흔할 수도 귀찮을 수도 있는 타국의 가이드 직원에게 선사한 장면이다.

수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이 막히거나 아니거나 꾸준히 파리를 거쳐 고흐 발자취를 만나고자 하는 이국의 방문객들을 이끌고 와 열정적인 설명을 해준 청년 가이드를 눈여겨봤던 모양이다. 새삼 문화의 힘, 한국 청년의 힘을 공감할 수 있었다. 

기다란 청동 구리로 재현한 고흐의 방 열쇠 기념품을 받아 든 서른 즈음 투어 플래너 박송이씨는 새 공책 새 연필을 탄 아이마냥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참 보기 좋은 문화벤처 청년들의 얼굴이 그렇게 유럽에 남았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의 자전거 도둑이 만들어준 유로자전거나라 탄생 비화. 이 문화벤처의 낭만 비즈니스와 투어 플래너라는 직업창조(창직), 미술과 영화, 음악을 종횡무진하며 환상과 사랑, 힐링과 감동을 자극해주는 콘텐츠 해설사로서 값어치들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청년들이 고학하며 유럽에서 동화되고 다시 모국의 여행객들을 도와주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자전거도 없이 걸어서 유럽을 누비는 원초적인 풍경이라 좀 힘들 긴 했지만 한국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척했을 이런 멋지고 창조적인 문화벤처가 비춰주는 빛은 아주 환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