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공동대표직에서 해임되면서 차남인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가족 간 화합을 앞세워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40일 만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앞두고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의 대표 해임 안건이 과반의 동의를 얻어 의결됐다. 이번 이사회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소집했으며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이사회 구성원 중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송영숙 회장(사내이사),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와 신임 이사진 임종훈 대표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동대표 체제에 있던 두 사람은 최근 임원 인사를 포함한 경영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한미사이언스 측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태다.
임 대표는 지난달 4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진입한 뒤 송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당시 가족 간의 화합을 앞세워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모자 간의 공동대표 체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공동대표 체제는 임시적일뿐 장기적으로 경영은 임종윤·종훈 형제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송 대표의 해임으로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업계의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형제 측(28.4%)과 신 회장(12.4%)을 합하면 40.8%다. 이들의 지분율을 합하면 압도적 최대 주주로 사모펀드와 손쉽게 거래하 수 있지만, 회사 대표를 강제로 해임한 경우 경영권 분쟁이 있음을 명백히 알리는 꼴이라서 이 조차 힘들어질 수도 있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이자 등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투자유치가 거론된다. 회사 측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힌 사모펀드 매각설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자체는 괜찮은 매물이지만 경영권 분쟁이라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를 유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아야 한다면 그만큼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해가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송 대표의 해임안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이미지 회복도 요원해졌다. 임 대표가 사실상 어머니인 송 회장을 물러나게 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송 회장의 대표직 해임으로 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단독경영에 나선 만큼 사업 계획을 추진하는 데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다음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약품 이사회에 복귀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