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본청약 일정 지연 등 애로를 겪어왔던 사전청약이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이 갑작스럽게 틀어지면서 한계가 뚜렷했던 사전청약을 도입‧확대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전청약은 공공분양주택 조기 공급을 위해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보다 앞서 시행되는 제도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21년 7월~2022년 7월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의 본청약 시기가 도래하고 있으나 본청약 일정이 장기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사전청약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고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전청약 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다. 그러나 당시 입주가 3~4년, 최대 11년까지 늦어지면서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고 결국 폐지된 바 있다.
수면 아래 있었던 사전청약 제도가 다시 떠오른 건 지난 2021년 7월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폭등기를 맞아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이 제도를 부활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과 같은 지연 사태가 없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현실은 악순환이 반복됐다. 사전청약 공급 이후 문화재 발굴,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발견,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 장애 요소가 발생하면서 사업 일정은 또 다시 지연됐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이다. 지난 2021년 10월 사전청약을 받았던 이 단지는 당초 올해 본청약이 예정됐으나 예정일을 2주 앞두고 3년 뒤인 2027년 상반기로 본청약이 연기됐다.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 99개 단지 5만2000가구 중 본청약이 완료된 곳은 13개 단지 6915가구에 불과하다. 그 중 예정된 본청약 시기를 준수한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한 곳뿐이다.
이렇다 보니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계약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54%에 머물고 있다.
결국 정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기존 시행 단지들의 원활한 사업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예정일이 연기되는 등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되던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신규 시행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명백하게 예상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사전청약이 도입된 원인은 갑작스런 정책 변화”라며 “전 정부 초기 2년 동안 건설투자를 축소하고 후분양을 독려하던 것에 반해 3년차부터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로 돌아서면서 사전청약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에는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언젠가 사전청약을 다시 도입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는 좀 더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 주거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올해 하반기 본청약이 예정된 사전청약 시행 단지부터 당첨자에게 지연 여부를 포함한 사업 추진 일정을 개별 안내한다.
현재 올해 9~10월 본청약 예정 단지 중 7개 단지에서 사업 지연이 확인됐다. 해당 단지 당첨자에게는 이달 중 사업 추진 일정이 안내된다.
LH는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 주거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임시 주거를 안내하는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전청약의 제도적 한계를 고려해 올해부터 사전청약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사업 단지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관련 사실을 미리 알려 사전청약 당첨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