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미국과 중국이 정치적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무역 정책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상향하는 방침을 세우자 중국이 즉각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국가의 공조가 이뤄지면 단기적으로는 한국 자동차 수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부품에 관세 인상이 적용되면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중국산 청정에너지 관련 제품 관세 인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기차 관세를 현행 4배 수준인 100%로 인상하고 중요 전략광물, 태양광발전 관련 제품, 연료전지 등의 관세 인상이 전망된다. 또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차종의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저가 전기차 수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에는 추가 25% 관세를 더한 총 27.5% 관세를 적용해 중국 전기차의 진출을 막고 있다.
BYD 실(Seal) 전기차/사진=BYD 제공
미국이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폭탄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각국의 공조가 동반되면 한국 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관세 인상 범위가 전기차 부품까지 확대되면 한국 전기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전기차 영역의 무역 정책 변화가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세를 20% 인상하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60%가량 줄어든다.
보고서 저자들은 중국의 수출 감소가 다른 국가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이 13.6% 증가, 한국이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EU와 일본은 각각 7.8%,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 기업의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20% 관세 인상 조치가 완성차가 아닌 부품에 단행되면 한국 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이 4.1%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부품업계는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중국의 부품 쓰는 것, 재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식"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등 각종 부품을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 관세가 올라가면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 진출하지 못한 중국산 전기차가 동남아, 인도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더 치열한 경쟁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이미 중국산 자동차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 때문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차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다. 30%가량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 관세도 넘어서는 수준이기 때문에 관세를 더 높여 아예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미국과 유럽 관세가 높아서 중국이 진출을 못 하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차가 동남아, 중동, 인도 등 제3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올 것"이라면서 "결국 한국 기업이 영역을 더 확장해야 하는 중요한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