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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시인의 가슴으로 노래한다…'내가 열린만큼 너른바다'

2024-05-14 16:26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품고 사는 세상, 누구보다 너른 가슴. 그래도 시의 넓은 세상은 미처 마저 말하지 못하고 닿지도 못할 미지의 세계. 그래서 더 더욱 애틋하다. 

애틋한 사랑에도 유효기간은 있다. 누구나 영원할 수는 없는 존재이기에. '존재'에 대한 과학과 철학을 넘나든 인문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사는 이야기, 그 속에는 진실로 인간이기에 고뇌의 끝은 없다. 고뇌를 연마해 낸 세월의 깊이와 인생의 음미가 결국은 자연,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에 대한 절절함. 

전대호 시인의 '내가 열린만큼 너른바다'는 바다만큼 열리고픈 자연의 품을 닮고 싶어한다.

하는 수 없이
한 면만 보여주고 보며 살지만,
다 알았다는 말,

여기까지가 다라는 말, 
영영 미루기로 하자.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아무리 쓰라리더라도, 

네가 누구건 무엇이건, 
너는 내가 열린 만큼 너른 바다.
-<바다> 전문

알듯 모를듯한 하지만 어쨌든 포용이다. 시인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연작 6편 '나의 메피스토펠레스'와 '막둥이 찬가' 등 여섯 살 늦둥이에 대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흑염소로 해줘요', 그리고 와병 중인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담긴 '아버지의 패전처리',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이자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1993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전대호 시인은 그 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등단해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과학하는 시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2권의 시집을 냈다. 학사를 마친 시인은 전공을 바꿔 모교 철학과로 대학원에 진학, 석사를 마치고 독일로 유학 '헤겔 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2022년 25년 만에 제3시집을 내며 다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한 편을 썼으니 죽어도 좋은 시를
더는 바라지 않게 된 이후,
난 뭐랄까, 치과 치료받는 호랑이? 
피부과 치료받는 구렁이? 
아하, 안과 치료받는 매! 
눈 깜박이지 마시고 그대로, 좋아요, 좋아, 
됐습니다. 별 문제 없고요, 
육십 넘으시면 안경 안 쓰시겠어요. 
깃털 가지런히 모으고
무표정으로 눈 깜박, 깜박.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와, 울컥하네. 
칭찬이여, 조롱이여? 
젠장, 이게 뭐여!
-'안과 치료 받는 매' 전문

치열하게 사는 이야기가 독백처럼 들리지만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울컥'하기까지 하다. 시인의 변신과 내공이 전해진다. '과학하는 시인'에서 '철학하는 시인'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시인은 사람 사는 세상을 관조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동식물의 생태에도 사람 사는 세상만큼이나 치열한 규칙이 있음을 발견한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철학하는 시인'으로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와 사람 사는 끈끈한 이야기가 담긴 이번 네번째 시집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더 큰 의미가 있다. 시집 머리에 있는 "시인으로 종신(終身)하겠다는 약속 꼭 지키고 싶다."는 시인의 말에 큰 박수를 보낸다. 

사랑,
그 끝없는 그리움과 갈망과 무욕의 자연. 자연은 사랑이고 사랑은 자연일텐데...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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