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부채를 보유한 대출자(차주)의 약 57%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을 경험한 가운데, 이들 차주의 DSR가 1%포인트(p)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평균 0.23%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DSR가 높을수록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원하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최근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지만, 금리 하락이 가시화되더라도 즉각적인 소비 개선의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부채를 보유한 대출자(차주)의 약 57%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승을 경험한 가운데, 이들 차주의 DSR가 1%포인트(p)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평균 0.23%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금리상승에 따른 DSR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상당수가 DSR 상승으로 부채상환여력도 악화됐다.
금융연구원이 신용평가기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DSR는 1년 전 대비 평균 약 6.30%p 상승했다. 또 이들 차주의 56.7%가 DSR 상승으로 소득 대비 부채상환여력도 악화됐는데, 이들 중 약 58.8%는 DSR 수준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까닭이다. 지난해 가계대출금리(잔액기준)는 연평균 5.08%에 달했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 이자비용 지출은 1년 전보다 27.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금리상승 여파로 차주들의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DSR가 1%p 상승 시 차주의 소비지출은 평균 0.23%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돼, 작년 중 DSR이 상승한 차주의 소비여력이 상당히 제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차주의 DSR(모두 변동금리 부채, 소득·부채 불변 전제)는 평균 1.9%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DSR 상승효과와 DSR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효과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대출금리 1%p 상승은 차주의 소비지출을 0.44%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DSR이 높은 차주일수록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이 통계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DSR가 30~40%에 분포한 차주의 소비력이 0.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두드러졌다. 이어 △40~50%, -0.26% △10~20%, -0.25% △20~30%, -0.24% △50~60%, -0.23% △0~10%, -0.18% 순이었다.
지난해 DSR가 악화된 차주 중 절반 이상의 DSR 비율 2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화되는 고금리가 DSR 수준이 높은 차주의 소비를 더욱 제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반대로 금리하락이 소비증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출금리가 1%p 하락할 때 소비 증가 효과는 0.1%에 그쳤다고 전했다. 또 DSR 1%p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가 평균 1.09%에 육박한 반면, DSR 1%p 감소에 따른 소비 증가는 평균 0.06%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금리 상승과 하락에 따른 DSR 변화와 종합하면, 금리 1%p 상승 시 소비는 2.1%나 감소하지만, 금리 1% 하락 시 소비는 0.1% 증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올해도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이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고, 차주의 소비여력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향후 가계대출 금리의 하락이 가시화되더라도 대출보유 차주의 소비회복 속도는 금리 상승 시 소비 감소 속도에 비해 느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고금리로 인해 가중된 원리금상환부담은 부채를 보유한 차주의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