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 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국의 경제‧금융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관점을 제시했다.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금융 업그레이드 정책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글로벌금융학회가 주최한 미디어펜 금융혁신포럼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결정적인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 금융 분야의 다양한 국면을 균형감 있게 짚으며 우리 정부와 금융기업들의 전략을 다각도에서 모색했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가 22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금융 업그레이드 정책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글로벌금융학회가 주최한 금융혁신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행사 시작과 함께 단상에 오른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개회사에서 "한국금융 ‘밸류업’을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성장과 혁신이 중요하다"는 진단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올해 11월 미국 대선의 향방에 따라 글로벌경제는 물론 한국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은 뒤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실물경제의 성장과 혁신이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개회사를 맺었다.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으로 환영사에 나선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은 “기업의 가치를 높여 투자자의 부를 증대시키고 번영하는 국가의 기반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제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고 첨단 빅테크 기업이 탄생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디어펜 금융혁신포럼은 정‧재계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김건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현장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행사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좌측부터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 회장, 김건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 김진호 미디어펜 부사장./사진=김상문 기자
우선 박수현 당선인은 “정부가 규제 혁신을 통해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면, 국민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한국금융 밸류업에) 필요한 입법 활동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건 당선인은 축사에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세제 혜택과 상장폐지와 같은 당근과 채찍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해민 당선인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여러 지표가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짚으면서 “3·4차 산업이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고, 경제 금융을 논할 때 외부의 요인을 절대 따로 떼서 구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은 영상으로 축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경제가 현시점 엄중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관점에 공감하면서 이번 금융포럼의 취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이밖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희정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면 축사로 이날 행사의 방향성에 공감과 응원의 뜻을 표시했다.
구형건 아주대학교 경영대학 금융공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구형건 아주대학교 경영대학 금융공학과 교수는 ‘한국금융 밸류업을 위한 비전’이라는 주제를 갖고 단상에 올랐다.
구 교수는 우선 “금융산업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 비즈니스로 한국금융이 세계 금융 중심들과 연결되고 이 연결망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과제로,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금융의 밸류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구 교수는 과거 영국 케임브리지를 방문해 금융사 전공 석학인 피터 스퍼퍼드 교수와 면담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스퍼퍼드 교수의 조언에 따르면 규제는 필수적인 것만 약하게 하되 이를 엄격히 실현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암스테르담, 런던 등이 성공한 예이며 가까운 시간 내에는 싱가포르가 선일 수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구 교수는 "금융은 정보에 기인한 산업"이라고 짚으면서 "우리나라도 우수한 기업과 기술, 인력을 전세계로 알리는 정보 산업의 발달이 매우 중요하며, 정보 산업을 기반으로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와 같은 인큐베이터나 오픈AI(OpenAI) 등 굴지의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조강연을 맺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순서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기업가치 제고방안'이라는 주제를 갖고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이 실장은 최근 한국 상장기업들에 대한 평가 부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은 국내 증시에 대해 “최근 10년간 주요국 주가지수를 보면 한국의 상승률이 가장 저조하다”면서 “특히 일본의 경우 이 기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증시 부진에 대해 두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그는 한국의 상장기업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성장성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2022년 한국기업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197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면서 미국의 상황과 상당한 대조를 보이고 있음을 자료를 통해 실증했다.
특히 이 실장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단순히 저PBR(주가순자산비율뿐만은 아니다”라면서 "상장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 둔화 및 ROE의 높은 변동성, 낮은 주주환원,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기관 투자자 수요 부족 등도 국내 증시가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실장은 PBR을 높일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으로 'ROE 제고'를 꼽았다. 두 번째로는 자본조달비용의 감소, 세 번째로는 기대 배당성장률 제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세션에서는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이 '주주환원시대와 기업 밸류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단상에 올랐다. 김 팀장은 우선 “한국증시의 저평가 상황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신흥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일각에서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도출된 것이 밸류업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라고 지적하며 "낮은 주주환원율, 기업의 낮은 성장성 및 수익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대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밸류업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미 한국 증시는 세 가지 축에 의해 변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자들이 주도한 사회적 변화-행동주의 강화,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변화-정부와 금융시장의 선진화, 내부적 변화-기업의 세대교체를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주주환원하는 우량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시장환경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3년 안에는 모든 기업들이 주주환원율을 3분의 1까지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발표를 마쳤다.
박서현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 수석세무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상문 기자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발표자로는 박서현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 수석세무사가 나섰다. 박 수석세무사는 이날 중소기업들의 가업승계 문제에 집중하며 이번 포럼의 주제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는 증여·상속 문제로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사업무관자산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박 수석세무사는 이날 발표에서 최근 가업승계 과정에서 각광받고 있는 '가업상속공제'를 강조했다. 가업승계는 일반적으로 증여세·상속세 계산식을 따르는데, 정부는 영속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증여세 과세특례'와 '가업상속공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을 승계하는 상속시점에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해당 재산가액을 공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가업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을 한도로 공제하며 △10~19년 300억원, △20~29년 400억원 △30년 이상 600억원을 기준으로 한다.
가업상속 재산가액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주식에서 사업무관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 사업무관자산은 △비사업용토지 △업무무관자산 및 타인 임대부동산 △대여금 △과다보유 현금 △주식, 채권 및 금융상품 등이다.
박 수석세무사는 "세법상 가업상속 공제가 가능한 업종을 굉장히 빡빡하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업종을 영위하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제한도를 상향해 기업 승계가 원활히 되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으로 발표를 마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