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올해는 부양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특히 사회적 변화와 행동주의 강화, 제도적 변화와 금융시장의 선진화, 기업의 세대교체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펜의 ‘2024 금융포럼’에서 ‘주주환원 시대와 기업 밸류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포럼은 ‘한국금융 업그레이드 정책 방향은-밸류업의 과제와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과 글로벌금융학회(회장 오갑수)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 팀장은 “한국 코스피와 선진국 및 신흥국 집단 증시 PER 추이를 보았을 때 코스피 PER은 모든 기간에 걸쳐 비교 국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며 “한국의 PBR은 0.99배로 미국 상장주 평균 4.6배, 일본 닛케이 225지수 1.4배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한국금융 업그레이드 정책 방향은-밸류업의 과제와 중소기업 지원 대책'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과 글로벌금융학회가 공동주최한 '2024 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라며 낮은 주주환원율, 기업의 낮은 성장성 및 수익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대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주주환원율이 발생하는 주 요인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은 글로벌 최하위권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섹터별로도 바이오 섹터를 제외한 모든 섹터에서 일관되게 관찰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 증시가 밸류업으로 바뀔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밸류업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미 한국 증시는 세가지 추에 의해 변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축은 투자자들이 주도한 사회적 변화, 행동주의 강화다.
그는 “한국 시장 내 Activism(주주 행동주의)은 자본시장의 질적 변화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초기에는 행동주의 펀드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자산 가치 저평가 기업 중 주주환원이 낮은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증대로 꾸준하고 지속적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액주주권의 행사요건이 완화됐는데 이점이 지난해 주주행동주의를 촉발시켰다. 주주 행동주의는 올해를 넘어가면서도 강화될 것”이라며 전망했다.
두 번째로는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변화, 정부와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꼽았다. 지난 1월 24일 금융당국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김 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려면 세제 지원 등 유인책이 강하게 유발돼야 한다. 의사결정의 주체는 기업으로 기업이 동기부여를 갖지 못한다면 달성되기 어렵다”면서 “또 밸류업을 테마로 역이용하는 기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투자자 중심 문화 조성과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MSCI 선진 지수 편입 노력, 배당 절차 선진화, 주주 권익 강화 등 과거 대비 더 적극적인 스탠스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세가지 축 중 마지막으로 내부적 변화, 기업의 세대교체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 주식 투자자의 불만 중 하나가 한국기업은 안 바뀐다는 것으로 주주를 홀대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창업주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창업주들이 활동하는 시기에는 금융시장이 전무한 상황으로 주주를 챙겨가는 금융이 발전하지 못했으나 이후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미국에서의 경험치를 기반으로 여러 산업들이 융복합되고 있고 자본시장의 사회적, 제도적 변화에 대해서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팀장은 “일본을 벤치마킹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올해 증시 훈풍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22년부터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했는데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프라임/스탠다드 시장에 대해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PBR이란 기업의 주가가 기업의 장부상 가치 대비 몇 배로 거래되는가를 나태내는 지표로 PBR이 1보다 낮다는 의미는 순자산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배당 지급 규모 및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환원을 강화, 증시를 부양했다. 이에 국내 주식시장의 리레이팅에 대한 기대감 역시 상승하고 있다.
또 대형주 저 PBR 주보다 중소형 저 PBR 주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에 국내 역시 PBR 1배 미만의 중소형주 성장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소형주의 PBR 1배 이하 종목 비율은 75.1%이며 평균 PBR 0.43배로 해당 종목군의 성장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주주환원하는 우량가치주 투자에 유리한 시장환경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3년 안에는 모든 기업들이 주주환원율을 3분의 1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봤을 때 주주환원을 번 것의 3분의 1도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예외적으로 일본과 한국 두 나라가 있었으나 일본은 탈피했고 나머지 한 나라가 한국인데 한국도 주주환원율이 점점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