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국민간식’이란 별칭이 무색하게 치킨 가격이 3만 원에 육박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인건비와 원재료 비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중요한 원재료 중 하나인 육계(도축 전 살아있는 상태의 닭) 가격이 하락했다면 제품 판매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부터) BBQ, BHC, 교촌치킨 로고. 순서는 무작위/사진=각 사 제공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는 이날부터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가 8일 뒤인 오는 31일로 적용 날짜를 미뤘다. 지난 21일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BBQ의 이번 가격 인상은 2022년 5월 이후 만 2년 만이다. BBQ의 총 110개 판매 제품 중 23개 제품의 소비자 권장 판매 가격을 평균 6.3% 인상 조정한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은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는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변경된다.
다만 전체 메뉴의 절반인 56개 제품 가격은 동결한다. ‘황금올리브치킨 속안심’, ‘깐풍치킨’, ‘자메이카소떡만나치킨’ 등 치킨류(30개) 제품과 피자·버거 등 사이드 메뉴 전체(26개)가 이에 해당된다. 또 6종의 콤보 제품은 가격 변동 없이 제품에 닭다리를 1개 추가 구성한다.
닭다리 15종, 황금올리브치킨·크런치버터치킨 등 콤보 9종, 스모크치킨은 가격이 소폭 인상 조정됐으나, 양을 늘렸다. 닭다리로만 구성된 15개 제품의 경우 조각 수를 기존 8개에서 2개 늘려 10개로 증량했다.
이번 소비자 권장 판매 가격 조정은 원·부재료 가격의 상승, 최저임금, 임차료 및 기타 유틸리티 비용(가스비, 전기비 등)의 급격한 상승으로 가맹점(소상공인, 패밀리)이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단행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BBQ 입장이다.
BBQ 자체 조사결과 가맹점(매출 상위 40% 점포 기준)의 올해 4월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 가까이 감소했다.
실제로 본사 영업이익도 줄었다. 제너시스BBQ는 단독기준 2023년 매출 4731억 원, 영업이익 55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4188억 원) 대비 12.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641억 원에서 13.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7%로 3.6%포인트(p) 하락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2023년 초부터 연이어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교촌치킨도 수익구조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4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교촌 허니오리지날’을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 ‘허니콤보’를 2만원에서 2만3000원, ‘레드오리지날’을 1만7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소비자 불매로 이어지면서, 가격 인상을 했음에도 지난해 매출이 44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꺾였다.
bhc는 지난해 말 85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4% 인상했다. 업계 4위인 굽네치킨도 지난달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소비자들은 원재료 값이 올라 가격을 인상한다면, 하락했을 때는 인하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육계 산지가격은 지난해 대비 1월 15.6%, 2월 12.2%, 3월 32.1%, 4월 24.5% 떨어지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BBQ 관계자는 “이번 소비자 권장 판매 가격 조정분의 90% 이상 가맹점에 돌아간다. e-쿠폰 차액에 대한 부담도 경쟁사와 달리 본사와 가맹점이 각각 50%씩 분담하기로 했다”면서도 “무엇보다 가격 조정으로 BBQ를 사랑해주고 이용해주는 소비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