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내부 직원이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사건이 올해에만 3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기업 내 자금·회계 담당자를 반드시 분리하고, 주기적으로 직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직원이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사건이 올해에만 3건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기업 내 자금·회계 담당자를 반드시 분리하고, 주기적으로 직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1건의 상장사 횡령·배임 공시가 있었다. 또 자금·회계담당 직원이 자금을 횡령하고 현금·매출채권이나 매입채무 잔액 등을 조작·은폐하는 회계 위반 사례도 1~4월 중 3건이나 적발됐다.
금감원이 이날 공개한 회계감리 지적 사례에 따르면 A사 자금 담당 과장은 본인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횡령액을 거래처 매입채무 지급으로 위장했다. 감사인이 매입채무 금액을 확인하기 위해 거래처에 증빙 자료 발송을 요구했는데, 담당 과장은 거래처 사정 등을 사유로 조회서 발송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재무팀에서 자금과 회계 업무를 모두 수행하면서 전표관리 등의 권한도 부여받은 탓에 관련 증빙을 조작할 수 있었다.
B사 재무팀장은 회사 명의의 증권계좌를 무단 개설해 회사 은행계좌 자금을 증권 계좌로 이체한 후, 이체 자금을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로 이체했다. 그는 주식 매매에 유용하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증권계좌의 경우 은행계좌와 달리 회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자금일보·잔고증명서도 위조해 회사가 현금을 정상 보유 중인 것처럼 회계장부도 조작했다.
C사 경리팀 부장은 결재 없이 회사 명의로 무역금융차입을 실행하고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수입대금 결제 등을 위한 기업 단기 대출을 이용한 것인데, 이를 위해 예비용으로 보관 중인 차입신청서(인감을 날인한 상태)를 무단 반출해 제출했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잠적하거나 자백할 때까지 회사 측에서 선제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횡령사실은 최장 11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또 사측이 횡령 직원에 대해 내부 징계를 내렸음에도, 징계 처분 이후 자금·회계 담당 직무를 교체하지 않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회계위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계좌 개설을 관리자 승인 후 개설할 수 있도록 통제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출금과 이체 시에도 사전에 등록된 계좌에만 송금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일정액 이상의 출금시 대표이사나 최고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문자 메시지 발송 △자금·회계 담당자 분리, 주기적인 직원 업무 교체 △현금과 통장 잔고의 수시 점검, 통장·법인카드·인감 등의 분리 보관 △영업·업무 담당 이사의 감사업무 겸입 금지 등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내부 감사 체계 구축 등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사항이 있는 경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조치 수준을 1단계 가중하는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