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묶은 가운데 국내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도 안갯속이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오른 가운데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라 현 수준의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기준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25~5.87%로 지난 1월 연 3.38~5.42%와 비교해 상단이 0.45%포인트 올랐다. 변동형 금리는 같은 기간 연 4.01~6.23%에서 3.80~6.808%로 상단이 0.57%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하반기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점은 불투명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밀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가는지를 보고하겠다는 것이니, 하반기 무조건 (인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4월 이후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인하 시점도 불확실해 졌다는 것이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11개월 만에 감소를 기록했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99조1939억원으로 전월 말(693조5684억원) 대비 5조6255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3월 2조2238억원 줄어 작년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전월 대비 첫 감소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 초 당국에 제출한 가계부채 목표 수준에 맞추기 위해 최근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지난달 은행권에서만 주담대 증가폭이 4조5000억원을 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대출관리를 위해 금리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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