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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빌미로 건설사 수수료 뜯어낸 금융권…당국 제도개선 착수

2024-05-26 12:0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명목으로 불합리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민원이 거듭 제기돼, 금융당국이 업계의 관행을 점검하고 나섰다. 점검 결과, 실제 금융사가 수수료를 산정할 때 대출자(차주)인 건설사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부과하거나 수수료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금융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명목으로 불합리한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민원이 거듭 제기돼, 금융당국이 업계의 관행을 점검하고 나섰다. 점검 결과, 실제 금융사가 수수료를 산정할 때 대출자(차주)인 건설사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부과하거나 수수료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금융권의 부당한 수수료 부과에 불응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사는 건설사에 PF대출을 내어주면서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통상 조달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취급·연장·자문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대출이자' 성격의 수수료 외에도 차주가 금융회사에 위임한 업무에 대한 '대가' 성격의 수수료가 혼재한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수수료로는 △취급수수료 △미인출수수료 △중도상환수수료 △패널티수수료 △주선수수료 △자문수수료 △대리금융기관수수료 등이 있다. 

특히 패널티수수료는 분양률·임대율 등이 약정조건에 미달할 경우 금융사가 받아내는 비용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매우 악화한 가운데, 준공 후 잔여세대를 메워야 하는 건설사로선 불리한 조항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금감원 금융투자·보험·중소금융 등 4개 검사국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부동산PF 취급 비중이 높은 금융사 7개사(증권사 3사, 보험사 2사, 여전사 2사)를 점검했다. 

당국은 점검을 통해 △비체계적 PF용역수수료 부과 관행 △차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 부과 △일관된 이자율 계산기준 결여 △금융용역 관련 업무처리 미흡 △차주에 대한 정보제공 부족 등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우선 금융사의 PF 자문·주선 용역 수수료를 받을 때 자체적인 수수료 산정 기준 및 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용역 수수료를 책정할 때 대출위험 부담에 따른 대가도 합산·수취하는 영업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A금융사는 회사 차원에서 PF 금융용역을 수행했음에도, 자사의 지분이 있는 B사가 PF 용역수수료로 수억원을 수취할 수 있도록 차주(건설사)에게 종용했다. 

또 PF 약정서상 차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부과했는데,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더라도 선급이자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차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관된 이자율 계산기준도 없었다. 금융사가 최초로 대출을 취급할 때 이자율 상한 여부를 점검하게 되는데, 만기연장이나 만기상환의 경우 이자·수수료 변동에 따른 한도준수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대부업법에서는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대부와 관련해 여신사가 비용을 수취하는 것을 모두 이자로 간주한다.

다만 금감원은 금융사의 그릇된 수수료 수취 관행을 바로잡기 위함일 뿐, 시장에 개입할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상 금융사가 법규를 위반한 게 아닌 만큼, 시정조치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부연했다.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지난 24일 본원 브리핑실에서 "이자가 과도하다, 과도하지 않다 등 시장의 가격에 대해 개입할 의사는 전혀 없다"면서 "수수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나 절차에 불합리한 부분들이 사회통념상 있는 것 같아서 그런 것들을 개선하겠다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 개선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건설업계·시장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부동산PF 수수료 제도 개선 TF'를 구성·운영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업권, 건설업계, 시장전문가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라며 "3분기 내로 제도개선안을 도출해 각 업권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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