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한때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던 테슬라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달 유럽 판매량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테슬라는 유럽 전체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1만3951대를 판매했다. 작년 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테슬라 매장 앞의 로고./사진=연합뉴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유럽 전체 전기차 등록이 14.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독일에서 테슬라의 실적은 32%나 급감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테슬라의 4월 중국 판매량은 6만21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전월 대비 30% 감소한 수준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0.5%에서 올해 1분기 약 7.5%로 감소했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쏟아내면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4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테슬라가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발표한 '영향 보고서(Impact Report) 2023'에는 장기적인 전기차 판매량에 관한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테슬라는 앞서 2021년과 2022년 보고서에는 이 수치를 명시했었다.
테슬라는 2021년 영향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우리는 연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고, 2022년 영향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목표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 대의 차량을 만들고 인도하는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반면 이번 2023년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테슬라 제품을 판매해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훨씬 더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만 썼다. 그러면서 "적정한 구매력(affordability)은 차량 생산에 얼마나 비용이 드느냐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지난해 제시한 장기 판매량 목표치를 올해 연례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3.54% 내린 173.74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에도 3.48% 내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테슬라는 전기차를 비롯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혁신의 대명사였다"면서도 "그러나 조금만 길게 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제작사의 전기차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테슬라와의 기술적 격차가 벌어졌고,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굳이 고가의 테슬라 차량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며 "신형 모델의 부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100% 등 테슬라의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혁신적인 자세로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