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나라 기업부채가 최근 5년 사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는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에서 크게 확대됐으며, 이는 국가 경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부채가 최근 5년 사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2023년 말 2734조원으로 2018년 이후 총 1036조원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8.3%로,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4%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높아졌다.
다만 2022년 하반기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 부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2023년에는 기업부채 증가율이(+4.5%) 2010~2019년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 수준(+4.8%)을 하회했다.
기업부채의 주요인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 활황세를 타고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로 지목된다. 다만 2023년 이후에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 대출이 소폭 감소 전환하는 등 관련 부채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가 지속된 것도 기업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규모는 2017~2019년 연평균 24조원에서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보증 지원과 대출상환 유예 등에 따라 2020~2022년 연평균 54조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부동산 부문을 제외한 일반기업은 2020년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황부진에 따른 영업자금 수요와 시설투자자금 수요가 모두 늘어나면서 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다. 올해는 주력 산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기업의 경우 부채증가에도 이익잉여금 적립과 유상증자·기업공개 등을 통해 자본확충이 동반되면서 건전성 측면에서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2022년 기준 122%로 독일(200%), 일본(145%), 미국(121%)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부채 상황은 거시경제 여건, 사업별 업황, 개별기업 특성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총량 지표를 통해 경직적으로 관리하기보다 부문별로 관련 리스크를 줄여 나는데 초점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향후 기업 신용이 전체 국가경제 관점에서 자원배분 효율성과 거시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적인 부문으로 적절히 공급되도록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부문은 부실 우려가 높은 PF 등에 대한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하는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