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경쟁이 치열한 고급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이 감소한 반면 제네시스는 'GV80'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기록했다.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전년 동기(4만2973대) 대비 6% 증가한 4만5554대를 판매했다.
반면 수입 고급차 브랜드 판매량은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BMW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줄어든 2만2718대, 벤츠 판매량은 17.6% 감소한 1만7403대로 집계됐다.
두 브랜드 판매량을 합쳐도 제네시스 판매량보다 5433대 적다. 아우디는 전년 동기 대비 74/7% 줄어든 1870대를 판매했고, 렉서스는 6.2% 감소한 4055대를 팔았다.
제네시스의 호실적은 효자 모델 'GV80'의 역할이 컸다.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로 지난 2020년 1월 출시 이후 지난해 10월 3년 9개월여 만에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브랜드 최초로 스포티하고 젊은 감각의 쿠페형 모델을 추가해 GV80의 중후한 이미지를 탈피, 중장년층뿐 아니라 더 젊은 세대 고객층의 수요까지 확장을 시도했다. 풀옵션 기준 1억 원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쿠페 GV80은 국내에서 1000대 이상 판매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급화 전략하에 탄생한 제네시스는 빠르게 고급차 시장에 안착했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BMW와 벤츠가 양강구도를 형성해왔다. 최근에는 제네시스사 존재감을 키우며 이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리서치 전문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2023년 연례 자동차 기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차를 구매할 때 제네시스와 벤츠를 가장 많이 비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프리미엄 차량 구매자 13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조사 대상 차량은 제네시스,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렉서스다. '제네시스-벤츠'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한다는 응답이 14.7%였다. 직전 조사(2022년)에서는 '벤츠-BMW'가 14.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벤츠-BMW'는 2위, '제네시스-BMW'가 3위, '제네시스-볼보'와 '제네시스-아우디'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 마지막까지 제네시스 브랜드를 고민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를 최종 선택하는 비율도 높았다. '제네시스-벤츠' 비교에서는 64%가, '제네시스-BMW' 비교에서는 57%가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볼보와의 비교에서는 73%, 아우디와는 74%가 최종적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네시스가 원톱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은 국산 유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상품성과 가성비 덕분"이라면서도 "경쟁사 대표 모델의 노후화라는 반사이익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네시스가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네시스가 수입차 대비 가격이 비싸지 않은데도 차량 완성도가 뛰어나 수입차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면서 "이미 국내와 미국에서는 대성공을 거뒀고, 독일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상치 않을 정도로 수입차에서 제네시스로 갈아타는 사람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제네시스와 수입차 사이의 판매 간섭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