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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본드 활성화…은행권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늘어날까

2024-05-28 15:0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위원회, 한국주택금융공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지난 27일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협약했다. 

주금공의 지급보증으로 발행금리를 낮추고 유동화를 지원하는 한편,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금융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장기·고정금리형 주담대를 늘린다는 복안인데, 시장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한국주택금융공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지난 27일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협약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은행권은 금리추이에 따라 대출자들이 타행 상품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와 대환대출 활성화 여파로 고객 이탈 리스크에 놓여 있는데, 자칫 커버드본드(장기채) 발행으로 대출을 공급했다가 중도 상환 수요가 많을 경우 손실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까닭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주금공, 5대 은행은 전날 은행연합회에서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위한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커버드본드는 발행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담대, 국고채 등의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채권이다. 투자자에게 발행기관에 대한 청구권과 담보자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부여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4년 장기 주담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해외보다 별로 활용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AAA'등급의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주금공이 지급보증할 경우 동일 만기의 은행채보다 약 0.05~0.21%포인트(p) 저렴하게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고정금리 상품 금리에 반영하면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시각이다. 

이 외에도 당국은 은행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금공의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프로그램 추진 △커버드본드 발행·투자 금융기관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했다. 

금융위는 "현재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장기 커버드본드를 주금공이 직접 매입함으로써 은행은 장기 커버드본드 발행·매각이 용이해지고 이를 통해 조달된 장기자금을 현재 정책모기지로 제공이 어려운 시가 6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는 점에 동감을 표했다. 다만 장기채 운용 확대가 은행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다소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일부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장기채는 은행이 오랫동안 운용해야 하기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대환대출 등으로 차주가 타행으로 갈아탈 경우 은행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 정기예금도 채무를 지는 채권을 발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대부분 만기가 1~2년이지 않느냐"며 "은행이 장기채를 보유하면 금리 변동 시기에 가격 변동이 심해 평가 이익·손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은행이 장기채를 잘 보유하지 않으려 한다"고 부연했다. 

추후 시장금리가 인하하면 고정금리 차주들도 대출을 갈아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높은 비용으로 채권을 운용해야 하는 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의 (채권운용은) 전략적 판단인데,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려는 곳은 자금조달을 저렴하게 함으로써 경쟁력있는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당행의 경우) 이미 주기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보다 약 1%p 낮은 편이다. '커버드 본드 발행이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까'라는 식의 접근은 차후의 문제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주금공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데다, 채권 발행이 의무가 아닌 만큼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장기·고정형 주담대를 계속해서 선택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 수준의 고금리가 지속되면 이번 조치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거듭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경우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낮아야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전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독려하는 방향성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 대부분이 고정형을 택할 정도로 고정형 금리가 저렴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금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데,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 금리 역전 현상이 조금 줄어들면서 다시 변동형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시행 중인 'DSR 40% 규제'를 이유로 변동형 주담대보다 장기·고정금리형 주담대를 택하는 실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한도를 최대한 받으려면 가산금리가 붙는 변동금리형보다 고정금리형을 택하는 게 유리해서다. 

궁극적으로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차주일수록 고정형 주담대에 몰릴 수밖에 없고, 자기자본금을 많이 투입해 대출 부담이 적은 차주일수록 금리인하 시기에 편승해 변동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현 금리수준을 고려할 때) 고정금리 상품을 이용하려는 고객은 (대부분) DSR 40% 규제로 대출한도가 부족한 차주일 가능성이 높다"며 "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하면 변동형이 금리를 더 높게 가산해서 DSR를 산정하다 보니 (대출한도 때문에) 고정금리가 유리한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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