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집행부가 일반 노조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상급 단체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삼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관계자들이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 전삼노 노조 집행부, 금속노조 가입 시도 논란
문제는 전삼노 집행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상급 단체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블라인드와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현재 민주노총 내 조직화 담당 인력과 민주노총법률원 소속 변호사 등이 전삼노 노조 사무실에 상주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민주노총·금속노조 가입을 옹호하는 글들이 조직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조합원이 약 2만8400명으로 추산되는 전삼노는 현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노조다. 현재 SK하이닉스 생산직 노조 등 다른 반도체 기업 노조도 금속노련에 가입해 있다.
이런 가운데 손우목 노조위원장, 이현국 부위원장 등 집행부 주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상급단체 변경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반발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금속노조 내부 문건을 통해서도 '삼성전자 노조를 조직화하겠다'는 계획이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2년 열렸던 금속노조 56차 정기대의원대회 보고서에는 "삼성전자 1노조는 개별적으로 금속노조 가입 의사를 표명했으나 1~4노조 모두 함께 금속노조를 할 수 있도록 보류함"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어 보고서는 "9월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 임단투 교육 과정을 통해서 노조 담당자가 공동교섭단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음. 삼성전자 노조 조직화를 위한 일정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 주도의 재벌사/삼성에 관련된 의제 사업에 삼성전자 노조들을 더욱 참여시키는 것과 임금 교섭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노조 주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두 계획을 전개하면서 삼성전자 노조 내에 금속노조 초동주체들을 조직해나가야 함"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또 "올 한해 삼성전자 조직화를 위해 미조직실만이 아니라, 법률원, 정책실 동지들과도 주요하게 협업을 진행해왔다. 내년에도 삼성전자 조직화를 위해서 마찬가지로 협업을 잘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전삼노의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직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전삼노 집행부는 지난 24일 서초 사옥 앞에서 진행한 단체행동에 앞서,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에는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채 민주노총에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소속 인력 약 200명이 '질서 유지' 명목으로 단체행동에 동참했다.
◆ 전삼노 집행부 고의 교섭 파행 논란…금속노조 가입 분위기 띄우기?
지난 28일 삼성전자 임금협상 8차 본교섭이 결렬된 바 있다. 이에 전삼노는 "교섭 과정에서 사측 인사 2명의 배제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결렬 이유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이 사측 교섭위원들에게 고성과 막말, 삿대질을 계속하면서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해 사측 위원들이 퇴장한 것이라는 다른 사내 제보가 나오면서 "전삼노가 금속노조 가입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교섭을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이 불거졌다.
블라인드 삼성전자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에 따르면 이현국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삼성전자 담당 부장과 호형호제하는 등 민주노총 관계사들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최근에도 노사협의회 선거기간 중 평택 대의원 선거구에 출마해 경쟁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대가로 전삼노 평택 지부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이밖에 노조 전임자에게 주어지는 근무 면제 시간을 이용해 대리기사 등 '쓰리잡'을 병행한다거나 과거 폭력 전과가 있다는 소문으로 노조원들의 불신을 받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않고 있다.
◆ 전삼노, 금속노조 가입 반대하는 MZ노조 음해 '노노 갈등' 야기
전삼노는 최근 삼성 계열사의 젊은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초기업노조를 지속적으로 비방하면서 노노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전삼노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이유를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가입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전삼노의 회사를 공격하는 행위와 타노조 비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삼성전자의 단체협약·임금 교섭 방식과 결과는 타 관계사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초기업노조는 "전삼노의 타계열사 노조 및 회사에 대한 비방 행위는 상생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의 상식과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상 과정에서 쟁의나 시위를 통해 협상력의 우위를 높일 수는 있다"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 삼성 제품 불매운동, 국내외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방하는 등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등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1만98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열린노조가 5월 사내에 밝힌 내용을 보면 민주노총은 열린노조를 전삼노와 연대시키기 위해 2023년부터 접촉을 시도했음. 하지만 열린노조가 방향성이 맞지 않다며 연대를 거부하자 전삼노는 돌연 열린노조를 '사측 어용 노조'라며 비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노조는 △상급단체 없음 △불필요한 파업 지양 △정치적 중립 등 자신들의 방향성을 공유했으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식한 소리"라고 비난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열린노조가 참여한 임금 교섭을 거쳐 2024년 4월 임금협약을 신속하게 체결했으며 평균 임금인상률 5.1%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노사가 대화를 통해 임금 협약을 체결했다.
◆ 국내 최대 강성 노조 '금속노조', "반도체 공정도 세워볼까" 윽박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998년 자동차·철강 산업 노조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으며 민주노총 투쟁에서도 가장 주축이 되는 산별 노조다. 울산·포항 등에서는 대형 새총, 표창, 창 등 다양한 무기로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에도 금속노조가 깊숙이 개입했었다. 당시 경찰 140여 명이 부상했고 쌍용차에는 3000억 원대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는 이후 노조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금속노조는 개별 기업 노동자의 권리 증진보다 보수정권 반대 운동 등 정치 투쟁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삼노 등 삼성전자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시 자칫 노조원들이 정치 투쟁에 내몰릴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2022년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매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맞서 싸운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말에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불평등 해소와 제조업 미래를 위한 고용 의제 투쟁 △파업의 자유·노조할 권리 보장하는 노동법 쟁취 투쟁 △기후위기 시대 산업 생태계의 정의로운 전환 투쟁 등 투쟁 계획을 확정하고 3월 투쟁선포식을 연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금속노조는 해마다 총파업을 압박하며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금속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때마다 산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더군다나 24시간 365일 공정을 멈출 수 없는 반도체 업계는 노조 파업에 더욱 취약한 산업이다.
금속노조 가입을 옹호하는 댓글에도 "반도체 라인 한 번 세우면 될 일", "반도체 전공정부터 하나씩 꺼보는 것도 좋지" 등 국내 반도체 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에 금속노조 가입을 통한 삼성전자 노조의 정치·폭력투쟁화가 가속화한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반도체 산업에 장기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DS부문 임원들의 연봉을 동결하고 DS부문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반도체 산업 초격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도체는 AI·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미국·중국·유럽·일본·대만 등 전 세계 모든 주요 국가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치열하게 경쟁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