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에도 거대 야당이 강행 처리한 쟁점법안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22대 국회도 악순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강 대 강' 대치의 악순환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 수를 기반으로 여당과의 논의를 배제한채 쟁점법안을 처리하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내세워 무력화하고, 재표결에서도 부결되면 끝내 폐기되는 구조다.
야당이 전날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의결해 정부로 넘긴 법안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및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등 5건이다.
국민의힘은 29일 이 중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을 제외한 법안 4건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고, 정부는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관계자들이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무기명 투표에 대한 개표를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94명 중, 찬성 179표·반대 111표·무효 4표로 가결 정족수(196명)에 미달해 부결됐다. 2024.05.28.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를 받은 윤 대통령은 곧장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7번째로,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수는 총 14건이 된다. 29일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로, 쟁점법안 4건 모두 자동 폐기된다.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은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국회 다수당으로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민주당은 이번에 폐기될 쟁점법안 4건을 비롯해 채상병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에 대해 22대 국회가 열리는대로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여야 대치정국은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석 수 및 국민의힘 의원별 선택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표걸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가결되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 수는 21대 국회 113석 보다 5석 줄어든 108석이 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의석 수는 21대 국회 181석 보다 11석 늘어난 192석이 된다. 국민의힘 의원 8명이 마음을 바꾸어야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화된다.
차기 국회의장이 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직권상정까지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법안 발의 총공세가 4년간 이어질게 뻔하고 이에 맞선 여당이 내부 표단속에 나서는 '줄다리기 씨름'이 반복될 전망이다.
관건은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부터다. 여야가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다.
야권은 당장 22대 국회 개원 후 1순위 과제로 '채상병특검법' 재추진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 대규모 장외집회를 갖고 '채상병특검법' 공세 수위를 더 높일 방침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부 노선 투쟁이 벌어질수록, 주요 당권주자들이 전당대회를 눈 앞에 두고 차별화 경쟁을 펼칠수록, 특정 법안 처리를 놓고 이합집산이 펼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