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이 이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주기형을 선택한 비중은 90%대에 달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의 질적 관리를 위해 '주기형'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일정 수준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은행권도 주기형 상품군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업계 최초로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해 모객에 나섰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이 이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주기형을 선택한 비중은 90%대에 달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이날 업계 최초로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을 내놓았다. 대출금리는 연 3.61~5.84%다. 대출만기는 20~40년 중 5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케뱅은 그동안 아담대를 고정혼합형과 변동금리 중 택할 수 있도록 운영했는데, 이번에 5년 주기형 아담대를 출시함에 따라 고정혼합형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케뱅 관계자는 "주기형 아담대는 대출 금리가 오르더라도 안정적인 자금 관리가 가능하며 한도도 큰 장점이 있다"며 "금리 경쟁력을 갖춘 주기형 아담대로 고객의 가계 이자 부담 경감과 계획적인 자금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기형 대출은 최초 대출 신청 당시의 금리가 5년간 적용되고, 이후 같은 방식으로 5년마다 금리가 재산정된다. 반면 혼합형은 최초 대출 신청 당시의 금리가 5년간 적용된 후 금융채 6개월/1년물 금리를 적용해 6개월/1년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구조다. 결국 혼합형은 최초 대출 실행 5년 이후부터 변동금리 구조를 따라야 하는 셈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2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면서 최대 대출한도가 차등화된 점도 주기형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스트레스 DSR는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확대를 막기 위해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고객의 DSR를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혼합형·주기형 대출은 스트레스 금리 적용에 우대를 받아 변동금리보다 대출한도가 크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소득 1억원인 고객이 30년 만기 분할상환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한도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변동금리 6억 3000만원, 고정혼합형 6억 4100만원, 주기형 6억 4900만원 등이며, 하반기에는 변동금리 6억 400만원, 고정혼합형 6억 2400만원, 주기형 6억 4000만원 등이다. 내년에는 변동금리 5억 5600만원, 고정혼합형 5억 9400만원, 주기형 6억 2500만원 등이다.
스트레스DSR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갈수록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주기형이 혼합형보다 상반기에는 800만원, 하반기에는 1600만원, 내년에는 3100만원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선 고정금리형 상품이 대출금리와 한도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있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금융소비자들도 고정금리 주담대에 쏠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4대 은행이 이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중 금리가 5년 간 고정되는 혼합·주기형 상품을 선택한 비중은 9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변동형 비중이 약 48.2%를 점유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당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고정형보다 훨 낮았던 까닭이다.
또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한국은행도 다시금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에 소비자들도 변동형을 택했었는데, 예상보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고정형을 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상황이다.
더욱이 은행들도 고정금리형 주담대의 외연확장을 위해 변동금리형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4대 은행이 판매 중인 주요 주담대 상품의 고정금리는 연 3.22~5.23%로 집계됐다.
주기형 고정금리 상품인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최저금리 연 3.22%로 주요 은행 중 최저를 기록했고, 이어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형)'이 연 3.25%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형)'은 최저 연 3.464%,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최저 연 3.80%였다.
같은 상품을 변동금리형으로 보면 대출금리는 연 3.80~5.87%까지 상승한다. 고정금리형이 변동금리형보다 하단금리에서 약 0.58%p, 상단금리에서 약 0.64%p 낮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혼합형과 변동금리형의 최저금리 격차가 1.674%p에 달했다.
주기형 주담대가 혼합형을 대체할 지는 관전 포인트다. 우선 금융당국이 고정형 주담대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목표치를 기존 18%에서 30% 이상으로 높여놨다. 고정형 대출은 순수고정형과 주기형만 반영한다.
여기에 당국은 주택금융공사, 5대 시중은행과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늘리기 위해 '커버드본드 지급보증협약'도 맺었다.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받으려면 커버드본드에 활용되는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이 혼합형을 포함해 71% 보다 높거나 은행 자체의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가 30%를 채워야 하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 대부분이 고정형을 택할 정도로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며 "당국이 정책적으로 주기형 주담대를 늘리기 위한 지도에 나선 만큼, 은행들도 관련 상품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