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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불황?…배터리 3사 "미래 투자 쉼표 없다" 경쟁

2024-05-31 16:01 |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시장 축소로 인해 일시적 제동에 걸리면서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실적 영향이 있었으나 배터리 업계는 장기적인 시선으로 기술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기술 격차를 늘리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방산업 축소에 공장가동률↓…1분기 실적에도 영향

3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자 연달아 배터리 업체들도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향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들은 기술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의 수혜를 얻어 투자와 경영 확대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에 앞서 성장이 더딘 현상)에 들어서면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자 공장 가동률이 축소되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통상 공장 재고가 실적에 영향을 주는 기간은 3~4개월 후다. 지난해 말 캐즘 경향이 짙어지자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매출 6조 1278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75.2% 감소한 수치였다. IRA 세제혜택을 제외한 영업손실은 316억 원이었다. 공장 가동률도 처음으로 70%이하의 가동률을 보였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공장 가동률은 69.3%였다.

삼성SDI와 SK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매출 5조 1309억 원, 영업이익 267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한 수치다. SK온은 매출 1조 6835억 원, 영업손실 3315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 선점이 중요…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가 포인트

1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국내 3사는 전방산업 상황이 개선된 이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배터리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SB)를 비롯해 4680원형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SDI 부스에 전시돼 있는 전고체 배터리 모형. 실제 모델은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사진=박재훈 기자



이를 위해 올해 1분기부터 R&D(연구개발)비용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각 사별 R&D비용 비중은 △LG에너지솔루션 2534억 원(4.1%) △삼성SDI 3373억 원(6.6%) △SK온 793억 원(4.2%)다.

R&D비용을 확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전고체 배터리가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역할인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 대비 안전성이 우수하며 성능 측면에서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라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선점하는 업체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게 된다고 할 정도로 업계가 주목하는 사업이다.

국내 배터리3사는 각각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에서 앞서 있는 국내 업체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배터리 사업 총괄을 맡는 ASB사업화추진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오는 2026년까지 샘플 제작 및 제공을 거쳐 2027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전고체 전지는 계획대로 2027년 양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R&D(연구개발)비용을 확대해 가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황화물계 두 가지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오는 2026년에는 고분자계를 생산하고,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베이징 국제 오토모티즈 전시회에 설치된 CATL 부스./사진=로이터


◆글로벌 경쟁력 위한 정부지원 요원…업계 위한 정책 절실 

다만, 현재 기업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인데, 경쟁국가에 비해 정책 지원이 미온적이다.

글로벌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CATL과 BYD는 해외로도 판세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해당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 하에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9일 로이터 통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CATL과 웰리온 같은 배터리 업체와 BYD, 디이자동차,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등의 자동차 업체들에게 전고체 배터리 R&D비용을 지원한다.

알려진 규모는 약 60억 위안(한화 약 1조 1270억 원)이다. 앞서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을 제시한 CATL 등 다수의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상하이자동차의 경우 지난 28일 2026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배터리 관련 예산이나 미래 투자 계획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대부분이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하는 R&D부분에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CATL은 국영기업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 하에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속도전이 될 만큼 양산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뀔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제품인데 CATL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은 자원 공급망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을 많이 추격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기술 격차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7GWh(기가와트시)에 불과하나 2025년에는 33GWh, 2030년에는 195GWh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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