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고금리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은행 건전성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대기업·담보 대출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대출 및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대출) 등에서 부실이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은행 건전성 지표는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자본력·상환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서민층을 중심으로 부실이 두드러져 주의가 요구된다.
고금리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은행 건전성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대기업·담보 대출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대출 및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대출) 등에서 부실이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은행권의 부실채권(NPL)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약 0.03%포인트(p) 상승한 0.50%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NPL비율이 상승했지만, 금감원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지난 2022년 9월 최저점(0.38%)을 기록한 이후 상승하고 있으나,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0.77%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문별로 보면 기업·가계 대출, 신용카드채권 등 전 부문에서 NPL비율이 상승했는데, 서민·저신용자들의 수요가 많은 신용카드의 부실이 매우 심각했다.
기업대출 NPL비율은 지난해 말 0.59%에서 0.02%p 상승한 0.61%를 기록했다. 대기업대출이 0.02%p 하락한 0.48%로 나타났지만, 중소기업대출이 0.05%p 상승한 0.69%에 달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중소법인이 0.89%로 전분기 말보다 0.04%p 상승했고, 개인사업자가 0.07%p 상승한 0.41%를 기록했다. 고금리 위기에 자금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부실 위기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계대출 NPL비율도 0.25%에서 0.27%로 상승했는데,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 신용대출이 0.47%에서 0.06%p 상승한 0.53%로 치솟았다. 또 신용카드채권 NPL비율이 지난해 말 1.36%에서 약 0.25%p 급등한 1.61%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20%에 견주면 약 0.41%p 폭등한 수치다.
실제 은행권이 공급하는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 은행(카드사업을 분사한 4대 시중은행 제외)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하루 이상 원금 연체)은 지난 2월 말 3.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3.4%를 기록한 이래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2월 말에는 2.5%였는데, 1년새 약 1%p 상승한 것이다.
중·저신용자에게 포용금융을 펼치는 인터넷은행권도 소액대출에서 연체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사의 3월 말 '비상금대출' 연체액은 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대비 약 94% 폭증한 셈이다. 이 상품 연체율은 0.94%로 작년 3월 0.71% 대비 약 0.23%p 급등했다.
비상금대출은 간편한 서류심사를 거쳐 최대 300만원까지 급전을 빌리는 소액대출 상품이다. 이날 기준 3사의 대출금리는 연 4.86~15.00%로, 저신용자로선 다소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이 2개 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정도로 연체율 관리가 심각한 상황이다"며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취약 대출자들의 연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커지는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금감원은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취약차주 등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 등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잠재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