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옮기더니 또 방망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적만 했다 하면 홈런포가 살아나는 묘한 상황을 또 연출하고 있다.
박병호는 5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박병호는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3안타 가운데 하나가 역전 3점홈런이었다.
삼성은 초반 4-0으로 앞서다 3회초 한화의 반격에 5실점하며 4-5로 역전 당했다. 6회말 삼성은 재반격에 나서 이성규의 1타점 2루타로 5-5 동점을 만들고, 계속해서 2사 2, 3루 찬스를 이어갔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가 한화 좌완 불펜 김범수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은 6회말 잡은 역전 리드를 유지해 결국 8-6으로 이겼다. 박병호의 홈런은 역전 결승타가 됐다.
박병호가 5월 31일 한화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박병호는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3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SNS
박병호는 지난달 28일 밤 전격적으로 오재일과 1대1 맞트레이드로 KT 위즈에서 이적했다. KT에서 올 시즌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팀 내 입지가 좁아지고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박병호는 은퇴까지 염두에 두고 방출을 요청했다. KT 구단은 방출보다는 트레이드가 팀이나 박병호에게 더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마침 삼성이 오재일 먖교환 카드를 내밀어 전격적으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1986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우타자와 좌타자라는 차이는 있지만 나란히 FA(자유계약선수)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거포여서 비슷한 점이 많다.
박병호는 이적 발표 다음날인 29일 대구로 이동해 삼성에 합류하자마자 당일 곧바로 지명타자(6번)로 선발 출전해 2안타를 쳤고, 그 가운데 하나가 홈런이었다. 삼성 데뷔전부터 트레이드마크인 홈런포 신고를 한 것이다.
30일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박병호는 31일 한화전에서는 3안타를 몰아치고 역전 홈런까지 작렬시켰다. 타격감이 심상찮은데, 이적하기 전 KT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병호는 KT에서 올 시즌 44경기 출전해 타율 1할9푼8리에 홈런을 3개밖에 못 쳤다. 이런 타격 침체가 팀을 옮기게 된 직접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삼성으로 오지마자 3경기에서 벌써 홈런 2개를 쏘아올렸고, 타율은 0.417(12타수 5안타)이나 된다. 이제 3경기를 뛰었을 뿐이어서 얼마나 타격감을 이어길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히 KT에 있을 때보다는 배트 돌아가는 것이 매서워졌다.
박병호가 이적 후 맹활약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05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할 때부터 박병호는 거포 유망주였다. 하지만 LG에서는 2010년까지 총 24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시즌 최다 홈런이 2009년 9개로 한 번도 두자릿수 홈런을 친 적이 없다.
박병호가 포텐을 터뜨린 것은 2011년 시즌 도중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후다. 이적 첫 시즌 13홈런으로 처음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더니, 이후 매 시즌 홈런을 양산했다. 2012년 31개의 홈런을 날려 처음 홈런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5차례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으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것을 발판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며 2년간 미국 무대에서 뛰기도 했다.
2018년 미국에서 돌아와 히어로즈로 복귀한 박병호는 거포로서 활약은 이어갔으나 시즌 홈런 개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2021시즌 홈런을 20개밖에 못 치고 FA 자격을 얻자, '에이징 커브' 때문이라는 평가 속 히어로즈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이 때 KT가 박병호를 3년 30억원에 계약하며 품에 안았다. 당시 KT의 박병호 영입에 대해서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에게 과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었다. 홈런 개수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KT 입단 첫 해였던 2022시즌 35개의 홈런으로 부활하며 개인 6번째 홈런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이적 효과'라 볼 수 있었다.
이후 KT에서 기량 쇠퇴를 보이다 이번에 삼성으로 이적하자마자 박병호는 다시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팀을 옮기기만 하면 박병호는 저절로 홈런 본능이 발동되는 듯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