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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특혜 성장 아냐"…최태원·노소영 상고심에 쏠린 눈

2024-06-03 15:11 | 김견희 기자 | peki@mediapen.com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이 진행 중인 이혼 소송이 대법원 판결로 넘어갈 전망이다. 대법원에서는 노 관장의 부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의 SK그룹 유입설을 인정하면서도 사용처를 판단하지 않은 점이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30일 노 관장이 요구했던 재산분할 청구 금액 현금 2조 원의 70% 해당하는 1조 3808억1700만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과 판이한 결과다. 

다만 재계에서는 2심 결과 노 관장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도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최 회장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흘러갔다고 봤다.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가 1998년과 1999년 작성한 '선경300' 메모 등을 증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SK 방패 역할을 하면서 기업이 성장했다고 봤다.

하지만 비자금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해당 부분이 불씨로 남아 대법원에서 쟁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광진구의 가사 전문 변호사는 "불법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는 부분도 수사로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면서 "만약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부친의 불법 비자금을 통해 증식된 재산을 딸이 찾아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자료가 1심보다 20배로 치솟은 점도 언급했다. 변호사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최대 위자료가 1억 원이며, 이혼 위자료는 최대 5000만 원 사이가 일반적이다"며 "가해자의 재산이 많으면 위자료를 높게 책정해도 되는 지, 피해의 정도가 달라지는 지 생각해볼 문제이며 만약 이번 판결이 확정이 된다면 모든 근간을 흔들 이상한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예상하는 대법원 판결 결과에 대해 그는 "비자금을 주고 받은 당사자들도 모두 사망하고 없는 상황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를 재계 2위까지 키운 것은 최 부자의 노고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의 특혜를 받았다고 알려진 기업으로 한보그룹 등 다수 존재하는데, 그 회사들은 현재 모두 몰락한 상황이다"며 "이는 SK가 온전히 대통령의 특혜로 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SK그룹 변호인단은 이번 2심 결과에 대해 "재판 과정과 결론이 편파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SK그룹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확보한 후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태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룹 경영과 국가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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