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여야가 국회법상 원구성 마감시한을 나흘 앞둔 3일에도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8개의 상임위원장 전석을 독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소수당의 굴복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방위)은 여당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사위의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개혁 입법’이 반드시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당 몫으로 넘길 수 없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다.
국회 본회의장 입구.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민주당이 재발의한 이른바 ‘채상병특검법’ 역시 법사위 소관인 만큼 법사위원장 역시 민주당은 여당 측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운영위 역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등 주요 윗선의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야당 몫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과방위도 이날 재발의된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하는 전제 아래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중 7개는 여당 측에 내주겠다는 방침이지만 공전 상태가 계속될 경우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당시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상임위원회 단체 보이콧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 1년 후인 지난 2021년 7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배분을 민주당 몫 11곳, 국민의힘 몫 7곳으로 하고 법사위원장의 경우 전반기를 민주당, 후반기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맡기로 합의를 보며 결국 21대 국회 원구성 문제를 일단락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5.31/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조속한 원구성 협의를 재차 요청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제41조와 제48조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첫 집회일 후 3일 이내에 선출해야 하는 만큼 오는 7일에는 선출해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을 하되 시간 내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론내는 것이 총선의 민의이고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혁신당)도 민주당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민주당에 있으면서 국회 운영이 어떻게 파행을 겪어왔는지 지켜봤다”며 “그때 법사위·운영위를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의 태도가 ‘입법 독재’라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자신들의 몫으로 해야 한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겠다면 국회의장을 여당 몫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운영위원장과 관련해서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으로 남겨왔다면서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정쟁으로 국회를 끌고 가고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아서 대통령을 흠집내고 탄핵 열차를 태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자기들 주장만 내세우고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의회 독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전날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가진 것을 비롯해 원구성 합의를 위한 막판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7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4년 전처럼 상임위원장 싹쓸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